꼬리를 무는 '신고-전수 조사-수사-처벌'…학생들만 상처
'수사받는 교사들'…추행·추문으로 얼룩진 광주전남 교단
광주·전남 교사들이 성 추문, 추행 의혹으로 잇따라 검·경에 불려가고 있다.

연루 학교와 교사뿐 아니라 피해 학생 규모도 커 흔들리는 교단 위상을 바로 세울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제자와 성관계를 하고 성적을 조작한 혐의(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등)로 광주 모 고교 전 기간제 교사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는 1학년 학생과 성관계를 하고 이 모습을 휴대전화로 촬영까지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해당 학생의 성적까지 조작해 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A씨가 "서로 좋아해 성관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남 진도경찰서는 모 고교로 파견 간 교사 B씨가 재학생들을 수차례 추행했다는 신고를 받고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피해 학생은 7명가량으로 등을 쓰다듬거나 어깨를 주무르는 등 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같은 재단 중학교에서 고교로 파견됐다가 사건이 불거지자 원래 근무하던 중학교로 복귀했다.

교육 당국은 B씨에게 수업을 받은 중·고교생들을 대상으로 전수 조사를 하기로 했다.

광양에서도 모 중학교 1학년 학생 30여명이 교사 C씨로부터 수치스러운 신체 접촉을 당했다고 진술해 경찰과 교육 당국이 조사하고 있다.

C씨는 인근 학교 소속이지만 이 학교에서 겸임 교사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도와 마찬가지로 C씨가 근무한 두 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추가 피해가 있었는지 조사가 진행 중이다.

광주판 '스쿨 미투' 사건으로 알려진 모 여고에서는 교사 2명이 구속기소 됐다.

다른 교사 17명은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경찰에서 검찰로 넘겨져 수사를 받고 있다.

교육청 전수조사 과정에서는 학생 180여명이 피해를 봤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학교에서는 현직 교사 15명, 전직 기간제 교사 1명 등 모두 16명이 경찰에 불러나가고 있다.

이 학교 교사는 모두 61명으로 현직 기준 4명 중 1명꼴로 직위 해제돼 수사를 받는 셈이다.

학생들은 SNS에 계정을 만들어 피해사례를 수집하기도 했다.

속옷 끈을 만지거나 귓볼, 등, 어깨 등을 쓰다듬는 등 교육계에 잠재했던 성폭력이 봇물 터지듯 노출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신고·고발, 전수 조사, 수사, 징계·처벌 등이 이어지면서 학생들의 상처는 깊어만 가고 있다.

신체 접촉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교사들의 낡은 사고방식을 개선하는 게 급선무로 보인다.

한 학부모는 "학창시절을 돌아보면 학교마다 학생들이 마주치기를 꺼리는 교사들이 있었다"며 "우리 세대야 선생님이라는, 학생이라는 이유로 참았다지만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에서만은 이런 일이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일반화하기에는 조심스러운 측면도 있지만 일부 교사들은 아직 잘못된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며 "문제 발생 시 엄중한 조치와 함께 교사, 학생들의 성인식 개선 활동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