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연구원 김은준 연구팀, 유전체적 차이 규명
생쥐 실험 통해 확인…"암컷은 뉴런 간 균형 절묘하게 유지"
여성이 남성보다 자폐증 발병률 더 낮은 이유 찾았다
여성 자폐증 발병률이 남성보다 낮은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연구결과가 보고됐다.

기초과학연구원(IBS) 김은준 시냅스 뇌 질환 연구단장 연구팀은 생쥐 실험을 통해 여성에게서 자폐증 발병을 막는 방어 과정을 관찰했다고 12일 밝혔다.

자폐증은 3세 이전에 발현해 거의 평생 지속하는 발달 장애의 하나다.

선천적인 이유로 발병한다는 게 정설이지만, 구체적인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자폐증 환자는 세계 인구의 약 1%로 학계에선 추정하고 있다.

이중 남성 환자는 여성 환자보다 4배 정도 많다.

이런 성별 간 차이는 인종·지역·의료 수준과 관계없이 나타나는 뚜렷한 특징이다.

자폐증 발병과 관련해 성별 간 차이를 설명하려는 가설은 다양하다.
여성이 남성보다 자폐증 발병률 더 낮은 이유 찾았다
최근엔 '여성 방어 효과'(Female protective effect) 예측이 주목을 받으면서, 유전자 단계에서 작동 원리를 규명하려는 연구가 시도되고 있다.

IBS 연구진도 여성 방어 효과론에 주목해 성별 간 차이 연구를 설계했다.

자폐증 환자에게서 발견되는 '돌연변이 CHD8' 유전자를 생쥐에게 도입해 실험군을 만들었다.

뉴런의 활성화 정도를 측정했더니 CHD8 유전자 돌연변이 수컷 생쥐에서는 흥분성 뉴런 활성화가 증가했다.

자폐증과 유사한 행동 변화다.

반면 암컷 돌연변이 생쥐는 정상적으로 움직였다.

억제성 뉴런 활성화가 증가해서다.

행동 차이는 뚜렷했다.

수컷 돌연변이 생쥐는 정상적인 수치에 벗어난 행동을 보였다.

어미와 분리된 상황에 놓이자 새끼의 초음파 영역 울음 빈도가 높아졌다.

청소년기 생쥐의 경우 어미를 찾는 행동이 늘었다.

지속해서 털을 정리하는 행위(self-grooming)도 반복했다.
여성이 남성보다 자폐증 발병률 더 낮은 이유 찾았다
성별 간 나타나는 유전체적 차이를 살펴본 결과, 수컷 돌연변이보다 암컷 돌연변이 뇌에서 더 많은 변화가 나타났다.

암컷 돌연변이가 CHD8 유전자 변이에 대응하는 방어체계로서, 특별한 유전자 발현을 증가한 결과라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연구진은 'CHD8 변이로 인한 자폐증 발달을 막는 변화가 암컷에게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리고 실제 그런지 살피려고 추가 실험을 진행했다.

자폐증 환자에게서 관찰된 유전자와 비교 분석한 결과, 수컷 돌연변이와 암컷 돌연변이는 상반된 양상을 보였다.

수컷에게선 CHD8 변이로 인한 유전자가 흥분성 뉴런과 억제성 뉴런 사이 균형을 유지하는 시스템을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반대로 암컷 돌연변이 생쥐는 CHD8 변이에 대응한 유전자를 발현했다.

이 덕분에 절묘하게 균형 시스템이 지켜져 정상적인 행동을 할 수 있었다.
여성이 남성보다 자폐증 발병률 더 낮은 이유 찾았다
암수 성별 차이로 인해 나타나는 행동 변화, 뉴런 활성화 정도, 유전자 발현 결과를 종합적으로 연구한 첫 사례라고 IBS 측은 설명했다.

김은준 IBS 시냅스 뇌 질환 연구단장은 "우리가 암컷 돌연변이 생쥐에서 관찰한 방어작용은 자폐증 발병 원인 규명이나 치료를 위한 획기적인 발견"이라며 "그간 선별적으로 수행하던 성별 간 발병률 차이 연구 분야를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는 지난달 14일 네이처 뉴로사이언스(Nature Neuroscience)에 실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