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법인 에이스경암 이사장인 안유수 에이스침대 회장(사진)이 추석 명절을 앞두고 독거노인과 소년·소녀 가장에게 쌀 1억원어치를 기부했다. 안 이사장은 10일 경기 성남시청에서 열린 ‘독거노인·가정위탁 아동돕기 쌀 전달식’에서 백미 10㎏ 4570포를 전달했다. 기증된 쌀은 성남시 4570가구의 독거노인과 소년·소녀 가장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20여 년 전 외환위기는 한국 재계 지도를 바꿔놓았다. 가구업계도 마찬가지였다. “가구업계의 도요타가 되겠다”던 보루네오(위상식)를 비롯해 동서가구(위상균) 바로크가구(위상돈) 등 위씨 3형제의 시대가 막을 내린 것도 이때였다. 바로크가구가 최종 부도난 것이 마지막 사건이었다. 무리한 해외 진출과 외환위기 고비를 넘지 못하고 1990년대 말 모두 무대에서 퇴장했다.반면 위씨 형제들과 함께 1980년대부터 황금기를 누린 침대업체 에이스침대 안유수 회장 집안은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업계 1위인 에이스침대와 2위 시몬스는 각각 안 회장의 장남(안성호)과 차남(안정호)이 운영하며 국내 시장을 과점하고 있다. 두 집안의 명암을 가른 것은 전략이었다고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7080 ‘위씨천하’ 시대1966년 설립된 보루네오가구는 197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가구업계 1위 자리를 지켰다. 창업자는 위상식 회장. 동생 위상균 씨는 보루네오가구 공장장을 하다 1973년 동서가구를 설립했다. 이어 막내인 위상돈 씨는 1978년 바로크가구를 설립해 독립했다. 이들은 가구시장의 1~3위를 독식했다. ‘삼위일체(三韋一體)’ ‘위씨천하’란 말이 나왔다. 보루네오가구의 장롱은 신혼부부 혼수감 1순위였고, 바로크가구가 내놓은 ‘대발이장롱’은 없어서 못 파는 히트상품이었다.보루네오는 국내 처음으로 1970년대부터 가구 자동화 생산 설비를 들여와 대량생산 시스템을 구축해 외형을 키웠다. ‘자개장’ 중심이던 국내 장롱시장에 서구식 가구를 처음 들여온 회사도 보루네오였다. 위씨 형제들은 신도시 건설로 아파트가 급증하는 시기에 전성기를 누렸다.꿈을 키운 것이 화근이었다. 선두주자 보루네오는 해외로 눈을 돌렸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10여 개 직영점을 냈지만 생활습관과 주거환경이 달랐던 해외에서는 성과를 내기 힘들었다. 이는 유동성 위기로 이어졌다. 보루네오는 1992년 부도가 나고 법정관리에 들어갔다.치열한 경쟁과 외환위기는 동생들의 회사도 집어 삼켰다. 신도시 건설 등으로 수요가 늘자 다른 가구업체들도 설비를 늘려갔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 신도시 입주가 마무리되자 과잉 공급 후유증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출혈경쟁을 하던 기업들의 적자가 이어졌다. 이후 외환위기는 치명적 타격이 됐다. 동서가구는 유동성 위기를 넘지 못하고 부도를 냈다. 1998년 바로크가구 역시 부도를 맞았다. 이후 위씨 삼형제는 회사 경영에서 손을 떼고 무대 뒤안길로 사라졌다.위씨 일가가 경영에서 손을 뗀 뒤 보루네오는 험난한 길을 걸었다. 적대적 인수합병(M&A) 세력의 먹잇감이 됐다. 2012년부터 6년간 최대주주가 13번 바뀌는 굴욕을 겪었다.◆성장 거듭하는 안씨 일가반면 침대업계의 대표적인 형제 집안인 안씨 집안은 승승장구 중이다. 1963년 안유수 회장은 “‘침대 단일품목’으로 승부를 보겠다”며 에이스침대공업사를 설립했다. 88올림픽 전후 일산 분당 등 신도시가 개발되고, 한국인들의 소득 증가로 편안한 잠자리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침대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1980년대 후반 에이스는 1위에 올랐다. 이후 에이스는 1위 자리를 한 번도 다른 업체에 내주지 않았다. 안 회장은 2002년 1위 에이스침대는 장남 안성호 사장에게, 2위 시몬스는 차남 안정호 사장에게 각각 맡겼다. 지금도 침대시장의 30% 이상을 안씨 형제가 차지하고 있다.안씨 일가가 위씨 형제들과 달리 국내 침대 시장을 계속 지배할 수 있었던 비결은 ‘비용(Cost) 고객(Customer) 경쟁자(Competitor)’라는 경영전략의 핵심 요소를 철저히 이해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침대 하나에 집중함으로써 다른 가구회사보다 물류나 생산, 재고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 비용절감은 높은 이익률로 이어졌다. 고객에 대한 이해는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과학입니다’라는 광고에서 드러난다. 이 캠페인은 소비자를 가구로부터 분리시켰다. 침대는 전문업체 제품을 써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소득이 늘자 소비자들은 더 비싼 값을 에이스에 지급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마지막은 경쟁자. 에이스침대는 경쟁자를 없애는 전략을 썼다. 1992년 최대 경쟁자인 시몬스(한국 독점 판매권)를 인수해 버렸다. 2002년 안유수 회장은 에이스와 시몬스를 두 아들에게 물려주면서 시장 점유율 3위였던 썰타침대와 브랜드 라이선스 독점 계약을 체결했다. 대진침대와의 라이선스 계약이 끝난 직후였다.잠재적 경쟁자를 모두 자사의 하위 브랜드로 만들어 버린 셈이다. 이후 한국 침대 시장은 에이스와 시몬스의 ‘형제간 경쟁’만 남게 됐다. 최근 한샘 등 다른 가구업체와 렌털 업체, 싼값에 고급 제품을 판매하겠다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해외 업체 등이 침대시장에 진출했다. 하지만 브랜드파워, 시장지배력 등에서 아직 안씨 형제에 비할 업체가 없는 게 현실이다.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에이스침대는 1980년대 후반 침대시장 1위가 됐다. ‘기술 있는 침대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했다. 1993년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과학입니다”라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침대 하면 에이스를 떠올리게 한 문구였다. 에이스는 30년간 침대시장을 지배했다.이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월 사용료만 내면 고급 매트리스를 빌려주는 코웨이, 형제기업 시몬스는 매출 기준으로 에이스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가성비’를 앞세운 신흥 기업, 기능성을 강조한 모션베드 업체들도 빠르게 성장하며 에이스를 위협하고 있다.◆에이스 턱밑까지 쫓아온 코웨이2004년 5000억원이던 국내 매트리스 시장은 2014년 1조원을 넘어섰다. 매년 1000억원 정도 규모가 커졌다. 하지만 에이스침대의 매출 증가율은 이 기간 한 자릿수에 그쳤다. 지난해도 마찬가지였다. 에이스침대 매출은 2057억원으로 전년(2028억원) 대비 1.4% 늘어나는 데 그쳤다. 주력 사업인 침대사업 부문의 매출 증가율은 0.5%였다.수출이 힘든 가구업계의 특성 때문에 국내 경쟁 업체의 추격을 허용하는 것은 치명적이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3% 증가했지만 이는 에이스침대의 자체 경쟁력보다는 ‘라돈 포비아(공포증)’가 확산되면서 반사 이익을 봤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에이스침대의 자리를 위협하는 새로운 강자는 생활가전업체 코웨이다. 이 회사는 2011년 말 침대 매트리스 렌털 사업에 뛰어들었다. 2012년 24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회의적 평가도 있었지만 코웨이는 지난해 매트리스에서 매출 1649억원을 올렸다. 5년 만에 침대 업계 양강인 에이스침대(1863억원) 턱밑까지 따라붙었다. 코웨이의 매트리스 누적 계정 수(2분기 말 기준)는 39만3000개에 달한다. 2016년 매트리스 렌털 사업을 시작한 청호나이스도 1만3000여 개 계정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장에는 최근 웅진도 가세했다. 렌털업체들은 월 2만~4만원의 가격으로 고가 매트리스를 쓸 수 있으며 4개월에 한 번씩 매트리스 살균 작업을 해주는 사후관리까지 보장해준다는 점을 앞세워 성장하는 매트리스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거품 뺀 ‘가성비 甲 업체’ 등장중저가 매트리스 업체의 공세도 간단하지 않다. 이들은 ‘쓸 만한 매트리스’는 적어도 150만~200만원은 줘야 한다는 통념을 깨고 있다. 이 가격은 에이스침대의 베스트셀러 제품의 가격대다.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선두에 서 있다. 대리점 직영점 등 복잡한 유통 과정을 없애고, 매트리스 압축 기술로 유통비까지 절감하는 혁신을 통해 가성비 좋은 매트리스를 시장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창업하자마자 연 매출 50억원을 올린 삼분의일이 선두주자다. 이 회사 매트리스는 싱글 기준 69만원이다. 삼분의일 매트리스를 써본 소비자들은 “300만~500만원대 수입 고가 브랜드 템퍼와 비교해도 품질이 떨어지지 않는다”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입소문을 내고 있다. 삼분의일이 시장에 안착하자 베드메이트유 삼분의일, 브랜드리스 매트리스 등 뒤를 따르는 스타트업도 등장했다.한샘도 중저가로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침대 가격의 거품을 잠재우겠다’고 선언한 한샘의 무기는 대량생산과 강력한 유통망, 가격 경쟁력 등이다. 한샘의 지난해 침대사업 부문 매출은 1500억원으로 전년(1400억원) 대비 7.1% 증가했다. 에이스침대와 한샘의 매출 차이는 350억원에 불과하다. 현대리바트 역시 100만원대 미만의 매트리스 브랜드 ‘엔슬립’을 출시하며 중가 매트리스 시장을 공략 중이다.◆메모리폼·모션베드 인기인데…고급 침대를 원하는 소비자들은 메모리폼 라텍스 모션베드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스프링 매트리스’만 취급하는 에이스침대에는 악재다.메모리폼 매트리스는 누웠을 때의 압력을 균일하게 분산해주는 데다 부분적인 꺼짐 현상이나 장시간 사용으로 인한 소음 등 스프링 매트리스의 단점으로 지적되던 부분이 보완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점유율이 약 10%대로 올라왔다. 침대에서 TV나 책을 보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모션베드 시장도 커지고 있다. 2016년 300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1000억원 규모로 급성장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모션베드 시장에는 시몬스 템퍼 한샘 에몬스 일룸 등 에이스침대를 제외한 대부분 회사가 뛰어들었다.하지만 에이스침대는 기능성 제품의 열풍에도 ‘스프링 매트리스’에 주력하고 있다. 기능성 침대는 일시적 유행에 그칠 것이라고 에이스는 보고 있다. 에이스 측은 “일부 대리점주가 요청해 구색 맞추기용 모션베드 모델을 하나 내놓았지만 에이스침대는 ‘스프링 침대’를 주력 상품으로 가져갈 예정”이라며 “스프링 침대가 메모리폼보다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해 몸을 지탱해주는 반발력이 우수하다”고 강조했다.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에이스침대는 가을 결혼 성수기를 앞두고 침대 프레임 2종을 출시했다. ‘루나토Ⅲ’는 두툼한 침대 머리판(헤드보드)과 측면 날개판이 눈길을 끈다. 회색 패브릭 원단을 사용해 다양한 공간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호텔식 침대 디자인을 적용한 ‘BMA-1151’은 에이스침대의 스테디셀러 ‘BMA-1138’을 개선한 제품이다. 침대 머리판 측면에 이동식저장장치(USB) 충전 포트가 내장된 별도의 수납공간이 있다.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에이스침대 웨딩 멤버스’에 가입하면 제품별로 20% 할인 혜택이나 다양한 사은품을 준다.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