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민원실에 보호장치 강화·보안요원 배치 확대

수원, 성남, 용인 등 경기도내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민원인의 폭언과 폭행에 노출된 공무원의 신변안전 도모에 나섰다.
'맞고 찔리고 욕먹는' 공무원들 신변보호 나선다

지금까지는 복지 및 민원담당 공무원들이 정당한 업무를 수행하면서 폭언, 폭행, 흉기 피습을 당해도 소극적으로 대처했으나, 앞으로는 안전하게 근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 욕하고 때리고 흉기로 찌르기까지…고통받는 일선 공무원
시청과 구청, 동주민센터의 복지·민원담당 공무원은 어려운 형편의 지역민을 위한 각종 지원사업을 담당하고 있지만, 지원에 불만을 품거나 술에 취한 민원인의 타깃이 되기도 한다.

용인시 모 주민센터에 근무하던 사회복지 공무원 A(34·여) 씨는 지난 3월 9일 민원인 최모(54·지적장애 3급)씨가 휘두른 흉기에 등 부위를 세 차례 찔렸다.

최 씨는 성남에 거주하다가 지난달 용인으로 전입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주민센터 측이 복지급여 일부를 지급하지 않으려 한다고 착각해 일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A 씨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아 생명에는 지장이 없으나, 사건 발생 5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복직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0일 성남시 수정구 모 주민센터 민원실에 장애인연금 처리에 불만을 품은 민원인 B(56·여)씨가 흉기를 들고 복지담당 공무원을 "죽이겠다"고 협박했다가 경찰에 연행됐다.

수원시에서는 지난 21일 시청 별관 5층에서 커터칼을 자신의 손목에 대고 위협하던 C(38)씨가 경찰에 체포됐다.

민원인 C 씨는 주거 관련 지원금 문제를 놓고 시에 문의하는 과정에서 갑자기 흉기를 꺼내 소동을 피웠다.

지난해 수원시 모 주민센터에서는 시각장애 노인이 서류작성을 요구하는 공무원에게 "옛날에 다 이렇게 발급해줬는데, 무슨 소리냐"며 "개 같은 X, 썅 X' 등 욕설을 하고 공무원의 가슴팍을 수첩을 내리치는 등 폭행을 했다.

3개월 동안 지속한 이 민원인의 폭언을 견디지 못한 공무원이 결국 경찰에 폭행 및 공무집행방해로 고소하자 민원인은 사과와 함께 합의를 요청했다.

공무원은 민원인이 고령인 데다 몸이 아픈 점을 고려해 합의해 줬으나, 정신적 피해와 트라우마는 오랫동안 지속했다.

수원시에는 해마다 1천200건이 넘는 사회복지담당 공무원이 업무수행 중 피해를 보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수원시가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오제세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수원시청 소속 사회 복지담당 공무원이 민원인에게 폭언과 폭행을 당한 건수가 2013년 1천216건, 2014년 1천244건, 2015년 1천863건, 2016년 1천742건, 지난해 1∼8월 1천528건으로 집계됐다.

주로 사회복지, 여성 정책, 노인복지, 장애인복지, 보육 아동 업무 등을 담당하는 동주민센터와 시청 민원부서 공무원이 피해자다.

수원시청의 한 공무원은 "민원업무와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은 주로 여성이 많은데, 주취자와 악성 민원인의 폭언과 폭행 가능성에 대해 두려워하면서 일하고 있다"면서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 "소 잃기 전 외양간 고친다"…안전대책 마련 나선 지자체
안전에 대한 공무원들의 요구와 민원인 테러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수원, 성남, 용인 등 대도시 지자체들이 안전한 근무환경 마련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공무원이니 민원인에게는 무조건 참아야 한다'는 인식이 컸던 지자체들은 지난 21일 경북 봉화군에서 70대 민원인이 엽총을 난사해 면사무소 공무원 2명을 숨지게 한 사건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맞고 찔리고 욕먹는' 공무원들 신변보호 나선다

용인시는 이 사건이 알려진 직후 민원업무를 수행하는 일선 대민창구 공직자의 안전을 강화하고자 모든 관공서에 보안요원을 배치하는 내용의 공무원종합안전대책을 마련했다고 발표했다.

31개 읍·면·동과 3개 구청 사회복지과에 내달 초 보안요원을 배치하고, 사고 발생 위험이 큰 민원실내 보안을 강화하고자 고성능 CCTV를 추가로 설치하기로 했다.

완전히 개방돼 있어 민원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었던 민원실의 직원 사무 전용 구간은 개방감은 유지하면서 접근은 차단할 수 있도록 강화유리로 된 안전문을 설치한다.

상담실마다 돌발사태 시 대피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커다란 상담 탁자를 배치하고 비상출입문도 설치하기로 했다.

성남시도 동주민센터 내 상담실에 투명 칸막이를 설치하기로 하고 올해 추가경정예산을 확보할 예정이다.

성남시는 올 5∼7월 '난폭 민원'이 빈번한 12개 동주민센터와 시청 기초수급담당 부서에 모두 13명의 경호 인력을 배치한 바 있다.

앞서 2012년 정신질환을 앓는 민원인이 중원구청 사회복지과 직원을 흉기로 상해한 사건 이후 각 구청 해당 부서에 보안요원을 배치하고, 상담실에 칸막이와 비상벨을 설치하는 등 민원인 테러에 선제로 대응하고 있다.

수원시는 염태영 시장이 봉화 사건발생 다음 날 구청과 동주민센터 사회복지담당 공무원을 초청해 긴급간담회를 한 뒤 공직자에게 안전한 근무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겠다고 밝혔다.

수원시는 피해사례를 모아 대응매뉴얼을 만들고 민원처리시 발생한 사건·사고에 대해서는 공무원 개인이 아닌 시 차원에서 엄정하게 대처하기로 했다.

민원인 상담은 비상벨과 CCTV가 설치된 정해진 공간에서 안전요원의 참관 아래 진행하도록 하고, 공무원들이 복지업무로 가정방문 시에는 반드시 안전요원이 동행하기로 했다.

염 시장은 "도움이 절실한 시민에게는 확실한 지원을, 공직자에게는 안전한 근무환경을 제공하겠다"면서 "중앙정부도 술에 취한 민원인에 대해서는 상담을 거부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제·개정해 공직자들의 안전을 함께 지켜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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