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하듯 손 흔들고 주먹 불끈…1차 소환 때보다 가시 돋친 발언
노란 바람개비에 성조기까지…특검 위치 강남역, 집회로 아수라장
김경수 "드루킹 댓글조작 의심 안했나" 질문에 고개 절레절레
9일 허익범 특별검사팀에 다시 소환된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출석 통보시간 5분 전 흰색 승용차를 타고 특검이 위치한 서울 강남역 골목에 등장했다.

골목 초입에서 하차한 그는 건물 앞에 설치된 포토라인까지 약 30초가량을 성큼성큼 걷기 시작했다.

김 지사는 동선 양쪽에서 그를 기다리던 지지자들과 시위대를 향해 팔을 쭉 뻗어 손을 흔들거나 불끈 쥔 주먹을 내보였다.

김 지사의 뒤로는 변호인단과 경찰 인력이 우르르 따라붙었다.

유력 정치인의 선거유세 현장을 연상케 하는 장면이었다.

그러나 포토라인에서 선 김 지사는 특검을 향해 1차 소환 때보다 더 '가시가 돋친'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본질을 벗어난 조사가 더는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이제는 충실히 조사에 협조한 만큼 하루속히 경남 도정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시기 바란다"며 특검이 자신을 불필요하게 거듭 소환한 게 아니냐는 뉘앙스로 말했다.

또 "다시 한 번 특검에도 정치 특검이 아니라 진실을 밝히는 진실 특검이 돼주시기를 마지막으로 당부드린다"고 언급했다.

'정치 특검'은 이번 수사에 정치적 의도가 섞인 게 아니냐는 김 지사의 의구심을 담은 표현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지난 출석 당시 포토라인에 머물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았던 김 지사는 이날 첫 질문을 듣자마자 "가면서 말씀하시죠"라며 발걸음을 신속히 옮겼다.

김 지사는 "드루킹이 댓글조작을 한다는 의심도 해 본 적은 없느냐"는 질문에는 말 없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특검 건물로 들어갔다.

법조계에서는 특검의 수사 기간이 이제 15일 남짓밖에 남지 않은 점, 특검이 재청구했던 드루킹 최측근 도모 변호사의 영장이 또다시 기각되며 수사 동력이 떨어진 점 등을 고려해 김 지사 측이 이날 조사에는 좀 더 공세적인 태도로 임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특검 사무실이 위치한 강남역 인근은 이른 시간부터 '아수라장'이 연출됐다.

지난번 소환 당시 장미꽃을 김 지사 앞쪽으로 던졌던 지지자들은 이날 노란 바람개비를 들고 경찰 제지선 뒤에서 응원 구호를 외쳤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갖고 온 보수 단체들이 이에 확성기를 동원한 맞불을 놓으면서 질서 유지를 위해 투입된 경찰 500명가량이 진땀을 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