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10여 년 전부터 사회적 기업을 육성하기 시작했다. 현대그린푸드가 운영을 돕고 있는 경북 칠곡의 ‘더3섹터카페’에서 청년 기업가들이 매뉴얼을 점검하고 있다. 경북사회적기업종합상사 제공
한국은 10여 년 전부터 사회적 기업을 육성하기 시작했다. 현대그린푸드가 운영을 돕고 있는 경북 칠곡의 ‘더3섹터카페’에서 청년 기업가들이 매뉴얼을 점검하고 있다. 경북사회적기업종합상사 제공
제3의 길, 제3영역 등 사회의 주류 영역과 비교해 새로운 정치, 경제, 기업의 영역을 ‘제3’이란 용어로 표현한다. 통상적으로 사회적 기업은 정부라는 제1영역, 기업이라는 제2영역, 비영리기관이라는 제3영역 외에 제4영역이라는 용어로 표현할 수 있다. 사회적 기업의 역할 측면을 연구하는 학자별로는 사회적 기업을 제3영역의 하부영역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이는 제2영역인 기업의 이익 창출 영역과 제3영역인 사회적 가치 창출 영역이 서로 융합해 나타나는 것이 사회적 기업의 영역이라고 볼 때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사회적 기업은 기본적으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됐고, 이를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 수익 창출이 필요하다는 측면을 도입했으므로 제3영역인 비영리 조직이 사회적 목적에 경영 마인드를 접목해 혁신·진화된 조직 형태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사회적 기업 10년… '법률 보호막' 속 성장
사회적 기업은 각 나라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특성에 맞게 설립되고 성장해왔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사회적 기업은 국가 주도 복지 기능이 축소되면서 나타난 고용 불안과 양극화 문제의 해결 방안을 시장경제의 이점을 통해 모색하는 과정에서 나타났다. 주로 주민 자치 형태인 협동조합의 모습을 보인다. 따라서 정부 주도의 법률적 형태를 취하고 취약·소외계층에 대한 사회 서비스 제공에 초점을 맞췄다. 협동조합의 특성인 조합원(수혜자) 참여가 중시되도록 발전해 왔다.

반면에 미국의 사회적 기업은 수익 창출을 우선으로 하고 이 수익을 재원으로 한 비영리활동 추진에 중심을 둔다. 기업의 경영 방식도 유럽과 달리 경영진 주도로 이뤄지고 수혜자의 참여는 제한적이다. 법률적으로 강제하는 규정이 약한 특성을 가진다. 유럽의 사회적 기업은 협동조합과 마을기업을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사회적 경제 조직의 형태를 보이고, 미국의 사회적 기업은 좁은 의미의 사회적 경제 조직으로서의 의미를 갖는다고 보면 될 것이다. 각국의 사회적 기업은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 창출의 공통점을 갖고 있으나, 지배구조와 수혜자의 참여 및 이윤 분배에 차이가 있다.

한국에서 사회적 기업은 정부에 의한 법률(사회적기업육성법)로 육성을 주도하고 있다. 지배구조로는 서비스 수혜자 및 근로자의 참여, 일정 수익 달성 및 이윤배분 제한(이윤의 3분의 2 이상을 사회적 목적을 위해 사용) 조건을 명시하고 있다. 지배구조 및 이윤 배분 측면에서는 유럽 사회적 기업의 형태를 따르고, 수익창출 측면에서는 미국의 형태를 따르고 있다. 따라서 한국의 사회적 기업은 사회적 경제 선진국 모델의 적절한 조합을 통해 만들어진 것임을 알 수 있다.

사회적 기업보다는 넓은 의미의 사회적경제조직(사회적 기업 외에 협동조합과 마을기업 등이 포함)이 활성화돼 있는 유럽의 경우, 협동조합 형태의 사회적 기업이 다수 운영되고 있다. 협동조합이 최초로 발생했다고 평가되는 영국의 노동자협동조합은 지역사회의 이익을 추구하는 회사(CIC: Community Interest Company)를 지향하는데, 1996년 설립된 유니콘 채소재배노동자협동조합(Unicorn grocery worker’s Co-operative)은 직원 70명을 고용하고 경영의사 결정에 대한 공동 참여를 바탕으로 소유노동과 사람 중심 경제를 지향한다. 스페인의 몬드라곤 협동조합은 스페인 기업 중 매출 기준 7위로서 연매출 120억유로, 조합원 7만4000명을 가진 세계 최대의 사회적 경제 조직이다. 운영 업종이 금융, 제조, 유통, 대학 등으로 다변화돼 있다. 출자자가 아니라도 조합에 가입할 수 있고, 한국과 같이 연간 이익의 30%를 조합원에게 배당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한국의 사회적 기업 10년… '법률 보호막' 속 성장
사회적 경제를 바탕으로 운영 중인 유럽과 달리 시장경제 아래 비영리 조직이 수익을 창출하는 형태인 미국의 사회적 기업은 연방정부의 복지 재원을 주요 수익원으로 했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 예산이 삭감되면서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수익성을 제고하면서 발달했다. 따라서 미국의 사회적 기업은 일자리와 사회 서비스를 제공하는 영리와 비영리 조직의 혼합 형태를 갖추고 있다. 초기에 노동통합사회적기업(WISE: Work Integrated on Social Enterprise)에서 정부보다는 민간 시장의 자선기금 확대 추이에 맞춰 고용을 통한 사회 변화를 추구하는 형태로 발전해 환경과 공정무역을 더한 지속가능한 영리를 추구하는 사회적 기업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안경이 필요한 개발도상국 극빈층에 안경을 4달러에 판매하는 비전스프링, 건전지값 부담으로 등유 랜턴을 사용하던 개도국에 태양광랜턴을 보급하는 D라이트디자인, 20달러 인큐베이터인 보온덮개를 개발·보급하는 임브레이스 글로벌 등이 사회적 가치 창출을 통해 수익을 실현하는 미국의 사회적 기업이다.

불과 10여 년 전부터 사회적 기업을 육성하기 시작한 한국은 시급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유럽과 미국의 사회적(경제) 기업의 장점을 모아 한국형 사회적 기업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간의 사회적 기업 생태계 조성을 토대로 ‘사회적 경제 2.0’으로의 진화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사회적기업육성법을 사회적경제기본법으로 전환하려는 것이 그중 하나다.

정영천 < 한양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