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구 네패스 회장 "데스밸리 넘으려면 '사람의 마음' 움직이는 경영 해야"
“4차원 경영의 시작은 ‘사람의 마음’을 변화시키는 데서 나옵니다. 이를 위해서는 생각(thinking)·말(word)·일(work)에 대한 태도 변화가 필요합니다.”

이병구 네패스 회장(사진)은 최근 펴낸 저서 《석세스 애티튜드》(한경BP)에서 주창한 새로운 경영 방식인 ‘4차원 경영’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르호봇프라임에서 열린 출간 기념 강연회에서다.

이 책은 2015년 내놓은 《경영은 관계다》에 이은 이 회장의 두 번째 저서다. 그는 “직원들이 생계를 위해 억지로 일한다면 회사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이런 3차원 경영에서 벗어난 새로운 경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4차원 경영’의 핵심 요소로 꼽은 ‘생각’과 ‘말’ ‘일’의 태도 변화를 조직에서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회사의 정체성을 세우고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정립하는 것이 ‘생각’입니다. 부정적이고 폭력적인 단어보다는 긍정적인 언어를 사용하는 게 ‘말’에 대한 바람직한 태도죠.”

그는 특히 업무에서 단어 선택에 신중을 기한다고 했다. 예컨대 ‘절약(節約)’이라는 단어에서 ‘약(約)’은 ‘줄인다’는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에 ‘절제’라는 표현을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일’에서는 ‘리스크테이킹(위험 부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조직원들이 어느 정도의 위험을 질 때 자발적으로 최선을 다하게 된다”며 “리스크테이킹은 곧 열정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패키징 기업인 네패스는 이 회장이 1990년 LG반도체를 나온 뒤 설립한 회사다. 전자부품 국산화에 앞장섰던 네패스는 2000년 반도체사업부를 출범한 이후 기술력을 갖춘 강소기업으로 성장했다.

기업명인 네패스에도 그의 경영 철학이 녹아 있다. 네패스는 히브리어로 ‘영원한 생명’이라는 뜻이다. “기업명을 정할 때도 ‘말’의 중요성을 염두에 뒀습니다. 많은 사람이 네패스, 그러니까 ‘영원한 생명’이라고 부르면 장수기업이 될 거라고 믿었습니다.”

젊은 창업자들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데스밸리(창업 3~5년차 기업이 겪는 경영난)’를 극복하는 방법에 대한 질문에 이 회장은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창업자들이 데스밸리를 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혼자 하기 때문입니다. 창업자들은 기술력만 갖추면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경영에서 기술이 차지하는 비중은 20~30% 정도입니다. 기술보다 중요한 게 관계이고,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결국 ‘마음’을 움직여야 합니다.”

그 역시 어려운 시절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 LCD(액정표시장치) 부품을 국산화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이 회장의 빠른 판단으로 반도체 첨단공정에 투자한 게 지금 주력 사업으로 성장했다.

“회사가 성장하면서 직원들과 고객, 그리고 투자자까지 이해 당사자의 폭이 커졌습니다. 성장 과정마다 책임감과 역할도 달라졌죠. 지금 단계에선 고용 창출 같은 사회적 역할을 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