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戰後) 최대 작가’ ‘현대 문학의 거목(巨木)’이라 평가받는 최인훈 작가가 23일 오전 10시46분 별세했다. 향년 84세.4개월 전 갑작스러운 대장암 말기 진단을 받은 뒤 투병 끝에 경기 고양시 명지병원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눈을 감았다고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측은 전했다.1934년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난 최 작가는 원산고교 재학 시절 6·25전쟁이 발발하자 1950년 12월 가족과 함께 월남했다. 1952년 서울대 법학과에 입학했지만 전후 분단 현실에서 공부하는 데 심적 압박을 느껴 학업을 포기했다. 1958년 육군에 입대해 6년간 통역 장교로 복무했다. 1959년 군 복무 중 쓴 단편소설 ‘그레이 구락부 전말기’와 ‘라울전(傳)’을 자유문학지에 발표하며 등단했다.그가 작가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건 1960년 ‘새벽’ 지에 발표한 중편소설 《광장》에서다. 《광장》의 주인공 이명준은 분단 시대 지식인의 상징이다. 전후 남한의 자본주의와 북한의 사회주의 체제에 모두 실망한 채 제3국인 인도로 가기로 결심하지만 이내 바다에 몸을 던져 투신한다. 밀실만 충만하고 광장은 죽어버린 남한, 그 반대인 북한 어느 곳에서도 안식처를 찾지 못한 이명준의 문제의식은 전후 남북한의 이념 체제와 인간의 행복을 성찰하게 했다.문학평론가 김현은 “정치사적 측면에서 보면 1960년은 4·19 혁명으로 학생들의 해였지만 소설사적 측면에서 보면 《광장》의 해였다고 할 수 있다”고 평할 정도로 이 작품은 발표되자마자 한국 문단 안팎을 뒤흔들었다. 문학평론가 염무웅은 “4·19 혁명을 계기로 한국 문학은 ‘전시체제’를 벗어나 새롭게 비약하고 있었다”며 “선두에 최인훈이 있었다”고 말했다.《광장》은 전후 한국문학의 지평을 새롭게 연 기념비적 작품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고인은 자신의 작품에 대해 말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겸손하게 고개를 숙이곤 했다. “4·19는 역사가 갑자기 큰 조명등 같은 것을 가지고 우리 생활을 비춰준 계기였다. 이 때문에 덜 똑똑한 사람도 총명해질 수 있었고 영감이나 재능이 부족한 예술가들도 갑자기 일급 역사관이 머리에 떠오르는 것 같은 분위기였다. 나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광장》은 내 문학적 능력보다는 시대의 ‘서기’로서 쓴 것이라고 말하곤 한다.”그는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작가였다. 소설에 변화하는 시대정신을 반영하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의 작품을 개작했다. 《광장》은 한국 문단에서 가장 많은 개정판이 나온 소설집이다. 최 작가는 “정신력이 살아 있는 동안 한 글자라도 좋은 모습으로 후대의 독자에게 보이고 싶다”며 지속적으로 개정판을 내놓는 이유를 설명했다. 출간 이후 현재까지 통쇄 204쇄를 찍은 이 작품은 고교 문학 교과서 최다 수록 작품이라는 기록을 세웠다.《광장》 이 외에 미래가 어두운 시대의 존재론적 고뇌를 그린 《회색인》(1963), 신식민지적 현실의 위기의식을 풍자한 《총독의 소리》(1967~1968), 20세기 동시대인의 운명을 조망한 대작 《화두》(1994) 등이 최 작가의 대표작으로 꼽힌다.유족으로는 부인 원영희 여사와 자녀 윤구, 윤경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 대학로 서울대병원에 차려진다. 장례는 문학인장으로 치러진다. 위원장은 문학과지성사 공동창립자이자 원로 문학평론가인 김병익이 맡았다. 영결식은 25일 오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내 강당에서 열린다. 발인은 영결식 이후, 장지는 자하연 일산(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지영동 456)이다.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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