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집필기준서 '한반도 유일 합법정부' 제외
이달 말 확정해 교과서 검정 공고…2020년부터 학교서 사용
역사교과서 '민주주의'·'자유민주주의' 표현, 집필진이 선택
교육부가 그간 논란이 됐던 '민주주의'와 '자유민주주의' 표현을 역사교과서에 모두 쓸 수 있도록 했다.

사실상 집필진에게 판단을 넘긴 셈이다.

1948년 8월 15일은 '대한민국 수립'이 아닌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표현하고, 대한민국이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내용은 교과서 집필기준에서 빼기로 했다.

교육부는 '초등 사회과·중등 역사과 교육과정 개정안'에 대한 행정예고 결과를 발표하고 이런 내용으로 교육과정을 개정 고시한다고 23일 밝혔다.

교육과정은 교과목과 수업·평가방식 등 학교 교육의 기준이 되는 규정이다.

정부는 국정 역사교과서를 폐기하면서 박근혜 정부가 교과서 국정화를 전제로 만들었던 중·고교 역사과 교육과정을 바꾸고, 중…고교와의 통일성을 위해 초등 사회과 교육과정도 개정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지난 달 교육과정 개정안을 행정예고하면서 기존에 혼용했던 '자유민주주의'와 '민주주의' 표현을 '민주주의'로 일원화하기로 해 논란이 일었다.

역대 역사과 교육과정과 교과서가 대부분 '민주주의' 표현을 썼고, 자유민주주의는 민주주의가 내포하는 자유·평등·인권·복지 등 다양한 구성요소 중 일부만 의미한다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었다.

진보진영은 '자유민주'란 표현이 1970년대 유신헌법에 처음 등장했고, 한때 북한에 대한 체제 우위 선전 구호로 쓰였다며 '민주주의'가 더 중립적인 표현이라고 본다.

이에 비해 보수진영은 1987년 만들어진 현행 헌법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언급했고 '자유'를 빼면 사회민주주의나 인민민주주의로 해석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논란이 이어지자 교육부는 고교 한국사 교육과정에 '민주주의'라는 표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표현을 함께 넣고, 중학교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에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표현을 넣었다.

김영재 교육부 동북아교육대책팀장은 "행정예고 기간 608건의 의견이 접수됐는데 454건이 '민주주의' 등 용어 사용에 대한 반대 의견이었다"며 "사회민주주의까지 포괄하는 것이냐는 지적도 있었는데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라는 헌법 정신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남부호 교육부 교육과정정책관은 "'민주주의'로 서술하는 게 타당하다는 교육부 입장은 변함이 없다"며 "다만, 문맥을 고려해 '자유민주주의'로 서술하더라도 (검정심사) 탈락사유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교과서 집필진 판단에 맡기겠다는 뜻이다.

교육부는 행정예고한 교육과정 개정안이나 기존에 내놓은 집필기준안에서 다른 내용은 바꾸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국정교과서 추진 당시 논란이 된 1948년의 의미는 '대한민국 수립'이 아닌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확정될 전망이다.

현재 교과서에서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라는 표현을 썼고, 임시정부의 정통성과 독립운동 역사를 존중한다는 의미에서다.

새 집필기준에서 대한민국 정부가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서술은 빠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교육부는 "국가기록원 자료대로라면 (대한민국은) '유엔 선거 감시가 가능한 지역'에서 수립된 유일한 합법정부"라고 설명한 바 있다.

교육부는 이달 말 새 교육과정과 집필기준을 확정하고 역사교과서 검정심사 공고를 낸다.

새 교과서는 2020년 3월부터 중·고교에서 쓰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