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의 사내 농구 동호회 ‘서울농구동호회’ 회원들이 한양대 농구 동아리 학생들과 친선 경기를 하고 있다. ‘더케이(The K) 직장인농구리그’에서 2012년과 2018년 두 차례 우승한 경력이 있는 이 동호회 회원들은 매주 3~4시간 연습을 하며 실력을 쌓고 있다.
대기업에 다니는 싱글남 진 과장(34)의 취미는 ‘술’이다. 마시는 쪽이 아니라 만드는 쪽이다. 칵테일 정도는 오래전부터 직접 만들었고 최근에는 맥주를 제조하는 ‘홈 브루잉’에 푹 빠졌다. 시중에서 파는 간이 수제맥주 키트로 시작해 지금은 양조 공방에서 전문가 도움을 받아 본격적으로 맥주를 담그는 ‘맥덕(맥주와 마니아를 뜻하는 덕후를 합친 신조어)’이 됐다. 퇴근 후 집에서 직접 제조한 맥주를 마시며 스포츠를 보는 게 그의 즐거움이다. 취미 생활을 위해 한 달에 수십만원은 기본이고 100만원 넘게 쓸 때도 있지만 아깝다는 생각은 안 든다. 진 과장은 “홉을 얼마나 넣는지, 어떤 효모를 넣는지에 따라 맥주 맛이 천차만별”이라며 “만들면서 어떤 맛이 날지 상상하는 즐거움이 쏠쏠하다”고 말했다.2030 젊은 직장인 사이에서 ‘욜로족’과 ‘혼족’의 특성을 모두 갖춘 ‘횰로족’ 열풍이 불고 있다. 욜로(YOLO)는 ‘You Only Live Once’라는 말의 머리글자를 딴 것이다. 현재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며 소비하는 태도를 말한다. 혼족은 혼자 사는 사람을 일컫는다. 국내에서 ‘욜로’라는 말이 처음 쓰인 건 2016년 여름이다. 그 흐름이 1인 가구 증가와 만나 횰로 문화를 낳았다. 횰로족이 겪는 고충도 있다. ‘그렇게 노느라 결혼은 언제 하냐’는 핀잔이 대표적이다. 취미생활 씀씀이가 너무 커져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기도 한다. 횰로족 생활을 하는 젊은 직장인들의 사연을 들어봤다.2030 횰로족 대세는 ‘식도락’횰로족에게 가장 인기가 있는 건 ‘식도락’이다. 은행에서 일하는 와인애호가 박 과장(38)은 지난달 미니 와인셀러(와인 냉장고)를 샀다. 주방에 이미 와인셀러가 있지만 큰맘 먹고 하나 더 장만했다. 올해 입사 10년차를 맞아 스스로에게 선물한 고급 와인 ‘샤토 오브리옹 2009’를 보관하기 위해서다. 한 병에 300만원가량 하는 와인을 사는 데 한 달 월급의 대부분을 썼지만 만족한다. 그는 주말에는 직장인 와인동호회에 나가고 평일 저녁에는 와인으로 ‘혼술’을 하는 등 여가시간 대부분을 와인에 쓴다. 박 과장은 “와인과 관련된 일에 쓰는 돈과 시간은 아깝지 않다”며 “와인만 한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은 없다”고 했다.큰돈을 들여 ‘혼외식(혼자서 하는 외식)’을 하며 만족감을 느끼는 횰로족도 있다. 화장품 회사에 다니는 김 대리(34)가 그런 사례다. 그는 혼자 고깃집에 가서 한우 등심 등을 구워 먹으면서 소주 한 잔을 넘긴다. 김 대리는 “예전에는 남들처럼 같이 밥 먹을 사람을 찾았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는다”며 “혼외식을 하면 남 눈치 안 보고 먹는 데만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회사 근처에서 점심 혼외식을 하는 ‘고수’들도 있다. 한 증권사에 다니는 문 대리(35)는 1주일에 세 번 이상 점심시간에 혼외식을 한다. 그는 “상사 눈치 안 보고 좋아하는 드라마를 보면서 느긋하게 밥 먹다 보면 오전에 쌓인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했다.횰로의 질을 높인 ‘웰빙 횰로’도 인기다. 직접 농사를 짓거나 유기농 식재료를 구입해 ‘집밥’을 해 먹는다. 서울의 한 건설사에 다니는 싱글남 최 차장(39)은 최근 경기 남양주로 이사했다. 그는 집 근처에서 매일 아침저녁으로 맑은 공기를 마시며 텃밭을 일군다. 직접 유기농 채소를 가꿔 요리해 먹기 위해서다. 경주에서 혼자 살며 공공기관에 다니는 하 차장(34)은 1주일에 한두 번 직접 장을 본 식재료로 요리를 해 먹는다. 이제는 요리 학원을 다닐 정도로 음식 만드는 일에 빠졌다. 그는 “혼자 살면서 요리를 하면 사먹을 때보다 돈이 오히려 많이 들지만 건강에도 좋고 만족감이 크다”고 했다.사회의 낯선 시각에 곤란 겪기도‘먹는 횰로’가 아니라 ‘하는 횰로’를 즐기는 직장인도 많다. 전자회사에 다니는 윤 과장(39)은 스킨스쿠버가 취미인 횰로족이다. 그는 최소한 한 달에 한 번은 제주도로 스킨스쿠버를 하러 가고 1년에 한 번은 동남아시아 등 외국으로 떠난다. 한 번 다닐 때마다 많게는 수백만원이 들기도 하지만 스킨스쿠버가 ‘인생 사는 낙’이라 아깝지 않다. 대기업에 전자부품을 공급하는 중소기업의 우 팀장(36)은 자동차 마니아다. 그는 버는 돈의 대부분을 자동차에 쓴다. 그는 현재 연봉보다 비싼 고급 수입차 BMW M4를 타고 다닌다. 이 차를 타고 강원도에 있는 인제스피디움을 종종 방문해 서킷(경주장)을 달린다. 집에서도 게임 레이싱을 즐길 수 있도록 수백만원을 들여 장비를 갖췄다.대기업에 다니는 이 대리(28)는 최근 주말을 맞아 1박2일 일정으로 혼자 도쿄 여행을 다녀왔다. ‘애니메이션 성지’로 불리는 아키하바라에 가서 원피스와 건담 피규어를 사는 게 여행의 주요 목적 중 하나였다. 이 대리가 사는 원룸에는 일본 애니메이션 피규어로 꽉 찬 장식장도 있다. 피규어 하나 가격이 비싼 건 수백만원에 달한다. 그는 “희귀한 피규어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자랑할 때 느끼는 뿌듯함 때문에 구매를 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출판사에 다니는 김 대리(32)는 취미로 도예를 하다가 실력이 전문가급으로 높아졌다. 인터넷에 직접 만든 도자기 사진을 올리자 “사고 싶다”는 문의가 많이 들어와 아예 정식 판매 사이트를 개설했다.횰로족 생활이 좋기만 한 건 아니다. 횰로족을 보는 사회의 시선이 따가울 때도 많다. 건설회사에 다니는 허 대리(31)는 요새 직장 선배들의 재테크 훈계를 자주 듣는다. 점심시간이면 선배들은 “허 대리는 솔로인데 돈은 어디다 쓰냐”는 질문을 자주 한다. 적당히 대답하면 선배들은 굳이 묻지도 않은 충고를 이것저것 하며 사생활에 간섭한다. 출판사에 다니는 이 과장은 영화를 보는 게 취미다. 좌석당 가격이 3만~4만원인 고급 영화관에서 혼자 영화를 보고 싶지만 이런 자리는 대부분 두 좌석을 함께 판다. 그는 “고급 영화관에도 1인 좌석을 마련하면 좋겠다”며 “아직 우리 사회가 횰로족에겐 불편한 구석이 많다”고 말했다.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주 52시간 근무제’가 본격 시행된 지 열흘이 됐다. 벌써부터 직장인들의 마음은 ‘만족 반 근심 반’으로 갈리고 있다. 일부 김과장 이대리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분위기와 맞물려 늘어난 저녁시간을 자기계발이나 여가활동·육아에 전념하는 기회로 활용하겠다며 부푼 계획을 세워 실천하고 있다. 반면 다른 직장인은 근로시간 단축으로 수입이 크게 줄거나 변칙적인 추가 근무 부담에 얼굴에 근심이 한가득이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대한 직장인의 만족감과 함께 드러나지 않은 갖가지 고충을 들어봤다.가족과 보내는 시간 늘어 “그저 웃지요”반도체 회사에 다니는 한 대리는 올해 초 관뒀던 헬스장 퍼스널트레이닝(PT)을 며칠 전 다시 등록했다. 그는 “매일같이 야근하는 바람에 비싼 돈 주고도 못 가는 날이 허다했는데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돼 제대로 운동할 수 있게 됐다”고 웃음꽃을 피웠다. 모 대형마트 본사 근처 필라테스 학원도 지난 6월부터 3개월 강습이 모두 마감됐다. 이 회사는 지난달부터 주 52시간 근무를 시범시행하고 있어 ‘칼퇴근’ 후 필라테스로 몸을 만들기 위한 직원이 몰렸기 때문이다. 이 회사에 다니는 박 과장은 “저녁시간은 남는데 별 것 안 한다고 하면 한심한 사람 취급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이번 기회에 뭐라도 배워야겠다”고 말했다.정보기술(IT) 회사에서 일하는 박모 사원은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덕에 이달부터 막 돌이 지난 딸 육아를 아내와 반씩 부담하게 됐다. 월 단위로 평균을 내서 40시간이 넘지 않도록 하는 회사 방침 덕분이다. 어떤 주에 50시간을 일하면 다른 주엔 30시간만 일해도 되는 식이다. 박 사원은 “최근 아들까지 생겨서 육아 걱정이 많았다”며 “어차피 특정 주간에 일이 몰리기도 하니 평소 오후 3~4시면 퇴근해 육아에 전념한다”고 즐거워했다. 건설회사에 다니는 ‘직장맘’ 차 과장 역시 회사의 주 40시간 근로시간 권장으로 기대에 부풀어 있다. “첫째 아들이 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데 제대로 숙제 한번 봐줄 시간이 없었어요. 정시 퇴근만 가능해져도 아이에게 더 신경 써줄 수 있겠죠?”퇴근해야 해? 말아야 해? 여전히 혼란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됐지만 묘한 부서 분위기 때문에 이른 퇴근을 주저하는 사례도 있다. 시중은행에 다니는 김 대리는 다음달 등록한 토익학원을 취소할까 고민에 빠졌다. 부장의 회식 폭탄이라는 예기치 못한 난관을 만나서다. 평소 회식을 업무의 연장이라고 주장하던 김 부장이 “이제 회식은 업무가 아니라 친목도모로 주 52시간 근로와 관계가 없으니 친목도모하러 가자”고 너스레를 떤다.대기업 마케팅팀에 근무하는 윤 과장은 오후 6시 회사 컴퓨터가 꺼진 뒤 남은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회사 근처 카페를 전전한다. 회사가 셧다운제를 도입했지만 근무시간만 줄고 업무량은 그대로기 때문이다. 그는 “왜 멀쩡한 회사를 놔두고 매일 저녁 카페 빈자리를 찾아다녀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워라밸은커녕 생활이 더 불편해졌다”고 토로했다.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따른 계획을 공공연히 말했다가 ‘원래부터 일하기 싫어했던 직원’으로 낙인 찍혀 당황하는 김과장 이대리들도 있다. 화학회사에 다니는 김 사원은 몇 주 전 부서장이 퇴근 이후 뭘 할지를 묻자 “사진 동호회에 가입했다”고 답했다가 곤혹스러운 상황을 겪었다. 다른 사람들은 “51.999시간 일하겠다” “꿈에서 일 생각을 해 효율을 높이겠다”는 식으로 답했기 때문이다.서울지역 한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김 과장은 최근 직장 상사에게 “우리도 근로시간 단축을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가 면박을 당했다. 상사가 “근로자 50~299인 사업장은 2020년 1월부터 법이 적용되기 때문에 아직 시간이 있다”며 “놀 궁리만 하면 일은 언제 하느냐”고 한 것이다. 그는 “회사 평소 모습을 보면 시행할 때가 돼도 순순히 하지 않을 것 같다”며 “다른 기업은 어떻게 하는지 눈치 보고 최대한 규정을 피할 방법을 찾을 것 같다”고 말했다.빠져나가는 인력·줄어드는 임금에 한숨만주 52시간 근무를 마냥 반기지 못하는 김과장 이대리들도 있다. 대구에 있는 자동차부품 업체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김모씨는 6월부터 근로 단축을 위한 특근과 잔업 규제로 연간 급여가 600만~1000만원가량 줄게 생겼다. 김씨는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보너스도 삭감됐다”며 “줄어든 급여를 채우기 위해 야간 대리운전을 할 생각”이라고 한숨 쉬었다. 인천에 있는 중견기업 D사의 최 이사 역시 생산직 직원들이 근로시간 단축 문제로 회사를 떠나고 있어 골치다. 최 이사는 “서울에 있는 기업이 아닌 탓에 인력 수급이 어려운데 근로시간 단축으로 임금이 더 줄어 구인난이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하소연했다.허울뿐인 주 52시간 근무제에 분통을 삼키는 이들도 있다. 중견 정보기술(IT)서비스 업체에서 고객사 시스템 유지보수 업무를 맡고 있는 최 대리는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근로조건이 더 나빠질까 걱정이다. 유지보수 업무 특성상 주말과 공휴일에도 당번을 정해 출근했지만, 이제 휴일에 출근하면 대체휴가를 쓰기로 했기 때문이다. 최 대리는 “대체휴가를 쓰고 있지만 밀려드는 고객사 전화 문의에 대응하다 보면 출근한 것과 별 차이가 없다. 오히려 휴일수당만 깎였다”고 씁쓸해했다.어떻게든 일을 더 하려는 상사 밑에 있는 회사원들은 여전히 ‘좌불안석’이다. 무역상사에 다니는 주 대리는 “얼마 전 팀장님이 ‘별로 중요하지 않은 보고서는 지금까지 주말에 봐왔으니 이제는 퇴근하고 봐야겠다’고 말해 식겁했다”며 “아랫사람들도 가벼운 업무는 집에서 하길 바랄 것 같아 겁이 난다”고 말했다. 전자회사 재무팀에서 일하는 김 대리 역시 6월부터 주 근무시간이 52시간을 넘으면 회사가 ‘강제퇴근’하도록 했지만 여전히 남의 집 얘기다. 달라진 건 일하는 장소일 뿐 자발적(?)으로 미리 퇴근카드만 찍고 야근하는 분위기다. 남은 업무가 눈에 밟혀 그 역시 퇴근카드만 찍은 채 자리에 앉는다.김 대리는 “쉬어야 하는 집에서까지 업무전화로 시달린 통에 오히려 최근 몸살이 났다”고 말했다.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과거와 현재의 서울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남대문시장. 쇼핑은 물론 먹거리가 가득해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명소 중 하나다. 하루평균 방문객이 30만 명에 달한다. 남대문시장 바로 앞에 본사가 있는 롯데카드 직원들이 추천하는 ‘숨은 맛집’을 알아본다.남대문시장은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만큼 유명한 맛집이 많다. 꼬리곰탕과 도가니탕으로 손님을 끄는 ‘은호식당’과 ‘진주집’을 비롯해 갈치조림, 칼국수, 야채호떡, 족발 등 제각각 별미를 자랑하는 식당들이 즐비하다.남대문시장 입구에서 바로 보이는 ‘우모촌’은 우동과 메밀국수로 유명하다. 우동의 진한 국물과 메밀의 시원한 육수는 사시사철 직장인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시원한 얼음육수에 탱탱한 면발이 일품인 냉메밀과 푸짐한 채소와 새콤달콤 양념이 별미인 비빔메밀은 여름철 인기메뉴다. 메밀국수와 우동은 6000원대로 저렴하다. 1000원만 추가하면 유부초밥 3개도 나와 든든하게 배를 채울 수 있다.우모촌에서 50m가량 시장 안쪽으로 올라가면 칼국수로 유명한 ‘남문교자’가 있다. 대표메뉴인 칼국수는 6000원이다. 쫄깃한 면발과 칼칼하고 아삭아삭한 김치, 진국인 육수가 잘 어우러진다. 점심시간에는 근처 직장인과 남대문시장에 나왔다 들르는 단골 손님들로 늘 북적인다.롯데카드 본사 맞은편으로 횡단보도를 건너 조금만 올라가다 보면 ‘삼수갑산’이 나온다. 1만원에 판매하는 ‘소금구이(목살)정식’은 점심메뉴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숯불에 구워 먹는 두툼한 돼지목살과 각종 쌈채소, 구수한 된장찌개는 ‘만원의 행복’이라 할 수 있을 만큼 매력적인 맛과 푸짐한 양을 제공한다.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