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性)소수자 축제인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지난 14일 태평로 서울광장에서 열렸다. 축제 참가자들이 퍼레이드 행사를 펼치고 있다. (왼쪽) 바로 길 건너인 대한문 앞에선 한복을 입은 외국인이 퀴어축제 반대집회에 참가해 북을 치고 있다. (오른쪽) / 연합뉴스
성(性)소수자 축제인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지난 14일 태평로 서울광장에서 열렸다. 축제 참가자들이 퍼레이드 행사를 펼치고 있다. (왼쪽) 바로 길 건너인 대한문 앞에선 한복을 입은 외국인이 퀴어축제 반대집회에 참가해 북을 치고 있다. (오른쪽) / 연합뉴스
“성소수자 차별에 반대한다.” “동성애는 죄악이다.”

폭염이 기승을 부린 지난 14일 서울시청 앞에서는 태평로를 사이에 두고 이처럼 상반된 구호가 터져나왔다. 서울광장에서는 올해 19회째를 맞는 성소수자 축제인 ‘서울퀴어문화축제’가, 맞은편 덕수궁 대한문 쪽 광장에서는 이를 반대하는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이 같은 광경은 수년째 되풀이되고 있지만 양측 견해차가 워낙 커 타협점을 찾기 힘든 상황이다.

주최측 추산 12만여 명(총인원 기준)이 모인 이날 퀴어축제에서 국내 인권단체와 관련 대학 동아리 등 참가자들은 100개에 달하는 부스를 설치해 성소수자 관련 상품을 팔거나 각종 이벤트를 여는 등 사회적 인식 개선을 촉구했다. 처음으로 퀴어축제에 참가했다는 대학생 정모씨(22)는 “과거 외설 논란도 있었지만 막상 와보니 여느 축제와 다를 것 없는 분위기”라며 “동성애자들이 차별받지 않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신을 동성애자라고 밝힌 이모씨(29)는 “종교단체들은 우리에게 혐오 발언을 쏟아내지만 우리는 그들에게 똑같이 하지 않을 것”이라며 “속도가 더딜지라도 앞으로 사회 인식이 조금씩 바뀌길 기대한다”고 했다.

축제 참가자들은 서울광장을 출발해 을지로·종로를 거쳐 다시 서울광장으로 돌아오는 4㎞ 구간에서 행진도 했다. 이 과정에서 보수 성향의 20~30대 남성들이 “동성애에 반대한다”며 단체로 길 위에 드러눕는 해프닝을 빚기도 했다.

동성애퀴어축제반대국민대회준비위원회 주최로 열린 맞불집회에서는 종교 및 보수단체 회원 7000여 명이 모여 퀴어축제를 강력 규탄했다. 이들은 “우리는 동성애자를 인격체로서 존중하지만 그들의 권리와 자유를 위한다는 이유로 수많은 법적·도덕적 논란을 야기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동성애는 죄악이다’ ‘퀴어축제는 불특정 다수를 향한 성폭력이다’ ‘동성애를 차별과 인권으로 포장하지 말라’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이 등장했다.

김선규 전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회장(분당 성현교회 담임목사)은 “우리는 대한민국 모든 국민을 사랑하지만, 죄악과 멸망을 향해 달려가는 행위까지 사랑할 순 없다”며 “소돔과 고모라 성이 멸망한 이유는 동성애와 죄악이 가득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부 회원은 퀴어축제 현장에 난입해 “동성애는 유전이 아니다, 동성애자에서 탈출한 사례가 있으니 돌아오라”고 외치기도 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