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4일 서울 시청광장에서 성소수자들의 차별에 반대하는 축제인 서울퀴어퍼레이드가 열린다. 하지만 이에 반대하는 종교단체들도 같은 날 맞불집회를 예고하고 있어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12일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에 따르면 19회째를 맞는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많은 인파가 모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에는 비가 왔지만 주최측 추산 5만여명(경찰 추산 9000명)이 참가했다. 서울퀴어퍼레이드는 2000년 50여명 규모로 시작해 매해 참가 인원이 늘고 있다.

시청광장에는 13개국 대사관과 주한유럽연합, 국가인권위원회, 지역 커뮤니티 등 105개 단체가 부스를 차린다. 페레이드는 서울광장→을지로입구→종각→종로2가→명동→서울광장 경로로 이어질 예정이다. 이번 페레이드에는 4명의 네덜란드 예술가가 암스테르담 역사박물관과 네덜란드 성소수자 인권단체의 지원을 받아 제작한 ‘암스테르담 레인보우 드레스’가 전시된다. 이 작품은 동성애를 범죄로 간주해 구금 등의 처벌을 하는 전세계 80개 국기로 만들어졌다. 19일부터 22일까지는 충무로 대한극장에서 한국퀴어영화제가 열린다. 24개국에서 제작된 총 72개 작품이 상영된다.

퀴어퍼레이드를 둘러싼 시민들의 시선은 엇갈리고 있다. 찬성 측에선 여태까지 서울퀴어퍼레이드가 혐오 구호 없이 평화적으로 운영돼 왔고, 집회 및 시위의 자유가 보장된 민주주의 국가에서 시민들이 모여 목소리를 내는 것은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과도한 노출로 인한 외설 논란과 함께 이에 반대하는 종교단체 등의 목소리가 만만찮은 만큼 페미니즘, 난민 문제에 이어 퀴어축제 역시 또다른 사회 갈등으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과거 일부 참가자들은 속옷만 입거나 과도한 노출 의상을 입어 공연음란죄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같은 날 오후 1시 대한문 앞에서는 종교단체와 동성애 반대 단체들의 주최로 '동성애퀴어축제 반대 국민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청와대 게시판에는 퀴어축제에 반대하는 국민청원에 21만여명이 서명했다.

직장인 손모씨(27)는 “성소수자들이 한데 모여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건 좋지만 관심을 끌기 위해 극단적인 구호를 외쳐 논란이 됐던 며칠 전 혜화역 시위와 마찬가지로 퀴어축제 역시 자극적인 행사로 변질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