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제3차 불법촬영 편파 수사 규탄 시위'에 참석한 것으로 구설에 올랐다. '대통령 조롱' 의혹이 제기된 시위이기 때문이다.

정현백 장관은 7일 페이스북 페이지 ‘여성가족부 장관’에 "혜화역 시위 현장에 조용히 다녀왔다. 많은 여성이 노상에 모여 분노하고 절규하는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싶었다"는 글을 게시했다.

이어 “여러분만의 자유로운 공간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멀리에서 지켜봤지만 스크린과 마이크의 도움으로 경청할 수 있었다”면서 “참석자들은 땡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불법촬영을 비롯해 성범죄를 근절하지 못하는 국가기관과 우리 사회 전반의 성차별을 성토했다”고 적었다.

또 “국무위원의 한 사람이자 여성인권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참으로 송구스럽고 마음이 무거웠다”며 “정부가 그동안 안전하고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전력을 다해 왔음에도 여전히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정책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생각에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분들이 외친 생생한 목소리 잊지 않고, 불법촬영 및 유포 등의 두려움 없이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안전하고 자유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뼈를 깎는 심정으로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혜화역 시위
혜화역 시위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문재인 재기해"라는 구호를 외쳤다. '재기해'라는 말은 반(反) 패미니즘을 주창한 남성연대 대표 고(故) 성재기 씨의 죽음을 희화화하고 조롱하는 패륜적 욕설이다.

성재기 씨는 2013년 7월 한강 마포대교에서 투신해 사망했는데, 실제 자살할 의도 없이 일종의 퍼포먼스를 하다가 변을 당했다고 추정되고 있다.

이후 일부 여성들 사이에서 '재기하라'는 말을 "나가 죽어라", "자살하라", "헛되이 목숨을 끊다"는 뜻의 신조어로 사용했다.

참가자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일 국무회의에서 홍대 몰카 사건과 혜화역 시위에 대해 "편파수사라는 말은 맞지 않다", "일반적인 (사법) 처리를 보면 남성 가해자의 경우 더 구속되고 엄벌이 가해지는 비율이 높았다"라고 발언한 것에 대한 반발로 이같은 구호를 외친 것으로 알려졌다.

정현백 장관의 파면을 요구하는 국민청원도 등장했다. 청원자는 "혜화역 시위는 분명히 남녀갈등을 조장하고 대통령을 모욕하는 시위였다"면서 "정현백 장관은 현 정부의 이념과 정책방향에 어울리는 인물이 아니라 생각한다. 본인 신념에 맞는 여성운동에 매진할 수 있도록 경질 내지는 파면을 요청한다"는 내용의 글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게재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