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이 2일 김선수 변호사, 이동원 제주지법원장, 노정희 법원도서관장 등 3명을 신임 대법관으로 임명해 달라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청했다. 오는 8월2일 퇴임하는 고영한·김창석·김신 대법관 후임이다.

새로 제청된 3명 모두 법관의 ‘엘리트 코스’로 여겨지는 법원행정처를 거친 적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김 변호사는 최초로 법관 출신이 아니라 순수 재야 변호사 출신 대법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법원장과 노 관장 또한 각각 고려대·이화여대 법대를 졸업해 그동안 ‘50대, 서울대 출신, 남성, 법관’ 위주로 구성된 대법관 진용에 ‘다양성’이 가미됐다는 평가다. 노 관장이 대법관에 임명될 경우 여성 대법관은 역대 최다인 4명으로 늘어난다.
민변 출신 첫 대법관 제청… "다양성 좋지만 중립성 우려"
김 대법원장도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를 요구하는 국민의 기대를 각별히 염두에 뒀다”고 제청 배경을 밝혔다. “사회 정의 실현, 국민 기본권 보장에 대한 의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보호에 대한 인식, 국민과 소통하고 봉사하는 자세 등을 고려해 제청했다”는 설명이다.

제청된 3명이 청문회를 거쳐 임명되면 ‘김명수식 사법개혁’이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 취임 후 임명된 대법관이 총 14명 중 절반을 웃도는 8명에 달한다. 지난해 7월 조재연·박정화 대법관이 임명됐고 같은 해 9월 김 대법원장이 임명됐다. 지난 1월엔 안철상·민유숙 대법관이 임기를 시작했다.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해온 대법원 색깔이 진보 쪽으로 ‘좌클릭’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제청된 후보 중 가장 주목받는 김 변호사는 문 대통령과 보조를 맞추면서 새 정부의 사법부 개조에 힘을 보태고 있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회장을 지냈다. 특히 김 변호사는 노무현 정부 시절 문 대통령이 민정수석비서관이었을 당시 사법개혁 담당비서관을 지내 개인적인 친분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 관장 역시 김 대법원장이 회장을 지냈던 진보 성향 판사 모임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이 법원장은 도산법·환경법 등 분야에 정통한 법관이라는 평가다.

이번 후보 제청이 전반적으로 ‘정치 편향·코드 인사’라며 사법부의 중립성에 우려를 표하는 시각도 만만찮다. 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재판 거래 의혹 등을 통해 법원 내부에 큰 균열이 생긴 상황에서 코드 인사 논란이 불거지면 김 대법원장 행보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대법관은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라며 “사법부의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는 인사가 포함됐다는 데 큰 우려를 표한다”고 논평했다.

이상엽 기자 l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