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협력' 관계변화…"'핑퐁게임' 폐해, 사건 당사자에 돌아갈 것"
"보완수사·시정조치 담보 장치 필요"…경찰 수사종결권 보완 지적도
권한 분산에 초점… 검·경 힘겨루기에 시민권익 보호 뒷전 우려
정부가 최근 발표한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두 기관 사이의 권한 배분에 초점을 둔 나머지 정작 범죄 피해자의 권익이나 피의자 인권을 보호할 방안을 상세하게 마련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이 대부분의 고소·고발 사건 수사를 맡게 되는 등 수사 환경은 크게 달라지지만 사건 당사자가 억울한 일이 생겼을 때 이를 호소하고 문제를 해결할 방안은 개념적 수준에서만 다뤄져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부의 수사권 조정안은 경찰 수사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는 대신 검찰의 사후통제 방안을 새로 제시했다.

경찰의 수사 자율권을 강화하되,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등으로 경찰 수사를 견제하도록 했다.

반면 이처럼 달라지는 수사 환경에서 범죄 피해자나 고소·고발인, 피의자 등 사건 당사자가 수사에 이의를 제기할 방법은 구체적으로 제시돼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의 수사 과정이나 수사결과에 사건 당사자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고는 돼 있지만, 이의제기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 장치나 방법이 빠져 있어 입법 과정에서 보완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조정안을 보면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법령을 어겼거나 인권을 침해한 경우, 수사권을 남용했을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 검찰에 신고할 수 있다.

신고를 받은 검찰은 경찰에 시정을 요구할 수 있고, 시정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경찰이 사건을 검찰에 넘겨야 한다.

수사결과에 대해서도 사건 당사자가 이의제기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사건을 재판에 넘길 필요가 없다고 보고 경찰이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지 않았을 때 범죄 피해자 등은 경찰서장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이때 경찰서장은 사건을 곧바로 검찰에 송치해야 한다.

사건 당사자가 아닌 검찰이 수사에 미진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한 경우에도 직접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경찰은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를 따르도록 했다.

이처럼 수사권 조정안은 경찰 수사 과정에서 사건 당사자가 억울한 일이 없도록 나름의 안전장치와 검·경 간 견제장치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
권한 분산에 초점… 검·경 힘겨루기에 시민권익 보호 뒷전 우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수사권 조정안만으로는 이 같은 안전장치가 제 역할을 못 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더욱 세밀한 조항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동언 대검찰청 형사정책단 연구관은 "검찰이 시정조치나 보완수사를 요구한다고 해도 경찰이 이러저러한 정당한 이유가 있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하면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 연구관은 "수사에 문제가 있었는지를 두고 검찰과 경찰의 해석 다툼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사건 하나를 놓고 검·경이 '핑퐁게임'을 하다가 사건 당사자만 중간에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경찰이 수사를 안 끝내면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하고 싶어도 못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수사권 조정안은 경찰에게 수사종결권을 줬기 때문에 경찰이 수사를 종결하지 않으면 부실수사 등이 우려돼도 검찰은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검·경을 수직관계에서 대등한 협력관계로 규정함에 따라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검찰이 기각하는 문제 등을 두고 마찰을 빚어온 양쪽의 갈등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 연구관은 "수사권 조정안은 수사를 경찰에 맡기고 검찰은 경찰 수사를 통제하며 인권을 보호하는 기관으로 상정했다"며 "하지만 경찰이 수사를 종결해줘야 검찰이 이의제기할 수 있을 텐데 경찰이 종결을 안 하면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향후 국회가 법률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사건 당사자가 수사에 이의를 제기하고, 검찰이 경찰 수사에 보완을 요구할 수 있는 절차나 조건 등을 정밀하게 검토해 더욱 구체적으로 법안을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법조계에서 나온다.

검찰 역시 국회의 입법 과정에서 이 같은 절차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 연구관은 "사명감 없이 법 개정에 나설 경우 여기저기 땜질만 하는 누더기 법안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