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인수합병(M&A)의 귀재로 불렸던 이순국 전 신호그룹 회장(76·사진)이 “‘노인 건강 전도사’가 되겠다”며 돌아왔다. 18일 만난 이 전 회장은 “오는 8월 하순 상명대에서 운동생리학 박사(체육학과) 학위를 받는다”며 “전공을 살려 노인 건강 관련 책을 출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9월부터 상명대 연구원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해볼까 한다”며 “재능기부 차원에서 전국을 돌며 ‘노인 건강과 운동’에 관한 강연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노인건강 전도사'로 돌아온 이순국 前 신호그룹 회장
이 전 회장은 1942년 대구에서 태어나 경북사대부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68년 한국제지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977년 온양펄프를 인수하며 사업에 나섰다. 1980년대 삼성특수제지(신호제지 전신) 등 5개 제지사를 인수, 제지업계에 돌풍을 일으켰다. 1990년대에는 한국강관 동양철관 등 다른 업종 기업을 잇따라 인수했다. 한때 계열사가 30개를 넘었고, 재계 순위는 25위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1998년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워크아웃을 거치며 계열사는 대부분 매각됐고 그룹은 공중분해됐다. 이 전 회장은 2006년 신호제지 매각을 끝으로 경영에서 손을 뗐다. 2009년 12월 말 일본 벳푸 여행 중 협심증으로 쓰러졌다. 그는 “너무도 고통스러워 정신을 잃었는데 병원에서 눈을 떴다”며 “이때부터 건강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때 나이가 67세였다. 이후 열심히 운동했다. 2년 정도 무턱대고 운동을 하다 궁금증이 생겼다. “건강을 위해 어떤 운동을 해야 하는지, 이 운동을 하면 어떤 면에서 좋은지 궁금해졌다”고 했다.

많은 책을 사서 봤다. 하지만 제대로 설명한 책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는 “스스로 공부해야겠다고 결심하고 서울과학기술대 석사과정에 등록했다”고 말했다. 운동과 건강의 원리를 깨우치기 위해 스포츠과학을 공부했고 내친 김에 상명대에서 박사학위에 도전했다. 얼마 전 박사학위 논문이 통과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는 “사업을 하면서 쇠약해졌던 몸이 꾸준한 운동 덕분에 좋아졌다”고 했다. 팔씨름 한번 해보자며 내민 손의 악력이 웬만한 젊은이보다 강했다. 이어 얼마 전 찍은 상체 사진을 보여줬다. 피트니스 선수 같은 근육을 지니고 있었다. 그가 출간할 예정인 책에는 자신을 모델로 한 사진을 여러 장 넣을 계획이다. 그는 “어떤 운동을 하고 어떤 식단으로 식사하면 몸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전부 실증적인 데이터를 통해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운동생리학이 운동이 몸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공부하는 학문”이라며 “고령화 시대를 맞아 노인 건강 분야에서 사회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