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시민단체 참여연대가 현지 동포 보호를 위해 필리핀에 순찰차 등 경찰 장비를 지원 중인 한국 경찰을 이례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필리핀 경찰에게 인권탄압의 빌미를 제공한다는 주장이다.

참여연대는 29일 논평을 내고 “필리핀 경찰이 강력사건에 연루되는 경우가 빈번하고 공권력을 남용해 인권탄압이 심각한 상황에서 이 사업이 필리핀의 인권과 민주주의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지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필리핀 수사역량 강화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필리핀에서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경찰에 마약사범 즉결처형권을 부여해 올 3월 기준 4000여 명이 목숨을 잃는 초법적인 살인이 이뤄졌고, 집회·시위 현장에서는 발포 등 강제진압이 큰 문제가 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또 “협력 대상국의 평화, 인권, 민주주의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사업 시행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과연 필리핀 경찰의 심각한 인권침해 상황을 면밀히 들여다봤는지 의문이 든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의 ODA를 인권탄압과 결부시키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전문가는 “경찰 차량 지원을 인권탄압으로 연결짓는 건 지나치게 자의적인 해석 아니냐”며 “대북 지원에 대해 참여연대가 취해온 입장과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이날 필리핀 마닐라 퀘존시 경찰청에서 열린 ‘한국형 순찰차량 130대 전수 기념식’에 참석, 한국 정부를 대표해 오스카 알바얄데 필리핀 경찰청장에게 모형 자동차 열쇠를 전달했다. 한국형 순찰차 제공은 경찰청과 KOICA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660만달러(약 75억원)를 투입해 추진하는 필리핀 경찰 수사역량 강화 ODA 사업 중 하나다.

임락근/이현진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