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류조각회 신임 회장 심영철 수원대 교수
“여성 조각가에게 작가정신을 표출할 기회를 다채롭게 마련해주려고 합니다. 작가들이 국제무대에서 역동적으로 활동하도록 기업 교류를 늘려 지원도 확대할 계획이고요.”

국내 최대 여성 조각가 모임인 한국여류조각회 제14대 회장으로 선임된 심영철 수원대 교수(60·사진)는 “선배들의 작품 세계를 오마주하고, 젊은 후배들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며 “3년 임기 동안 작가와 기업의 가교 역할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작품 판매 수익으로 또 다른 창작을 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키기 위해 기업의 소장 기회를 늘리고, 힘든 여성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기부금제도에 역점을 두겠다”고 설명했다. 젊은 작가 수상제도와 전시 지원 제도를 제정해 후배들의 창작 활동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심 회장은 미술계에서 ‘테크놀로지 아티스트’로 통한다. 성신여대 조소과와 미국 UCLA 대학원에서 공부한 그는 1980년대부터 버섯 이미지를 차용한 3차원 영상을 비롯해 홀로그램, 터치스크린, 전자 음향, 유리, 보석 등을 동원한 여성주의 작품을 발표해 왔다. 토탈미술상(1994) 한국미술작가상(2001) 석주미술상(2007) 등을 잇달아 수상하며 이름을 알렸다.

한국여류조각회는 1세대 조각가 김정숙 윤영자 등이 주축이 돼 1974년 창립했다. 여성 조각가의 권익 옹호와 상호 협조를 목적으로 시작됐다. 회원은 300여 명으로 늘었다.

심 회장은 첫 사업으로 페미니즘 조형예술의 특징과 흐름을 보여주는 전시회를 마련했다. 경기 양평 C아트뮤지엄(5월28일~6월27일)과 서울 선화랑(7월5~17일)에서 잇달아 열리는 한국여류조각회 창립 45주년 기념 기획전 ‘아이, 우먼(I, WOMAN)’이다.

그는 한국사회를 뒤덮은 페미니즘 물결이 미술분야에도 밀려들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성차별의 문제와 권력구조에 대한 비판보다 여성들 안의 차이와 정체성, 모성애에 초점을 맞췄다. 작고한 1세대 작가 김정숙과 윤영자를 비롯해 강은엽 고경숙 김효숙 임송자 황영숙 등 독자적인 조형 세계를 구축한 작가 80명의 작품을 골라 내보인다.

심 회장은 “가부장적 회화 중심의 미술문화가 지배하는 현장에서 여성 조각가가 소외된 것이 사실”이라며 “외압에 대한 저항이 아니라 여성이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향유하고 느끼는 여성성을 보여주는 자리”라고 전시회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여성 조각가 작품에는 어쩌면 기억하고 싶지 않은 삶의 상처들이 배어 있다”며 “기업들도 그동안 축적한 노하우로 우리 미술의 위상을 높여온 여류 조각가들의 힘든 여정에 칭찬과 격려를 해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