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관계자 "휴진인 줄 모르고 프로포폴 미리 꺼내 놔" 주장
경찰, "프로포폴 냉장고 작년 12월에 고장"…병원장 출금 신청
'집단 패혈증' 사태가 발생한 강남의 한 피부과에서 프로포폴을 담은 주사기를 보관했던 냉장고가 지난해 12월부터 고장 났던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서울 강남경찰서는 프로포폴 투약 후 시술을 받은 환자 20명이 패혈증 증세를 보인 강남구 신사동 한 피부과를 내사하는 과정에서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해당 피부과 원장 박모(43)씨에 대한 출국금지를 법무부에 신청했다.

지난 8일 박씨와 간호조무사 등 병원 관계자에 대한 참고인 조사에서 병원 측 과실을 의심할 만한 정황을 파악한 만큼 향후 정식 수사 전환에 대비하는 수순으로 여겨진다.

경찰에 따르면 해당 피부과는 지난해 12월 프로포폴 보관용 냉장고에 잠금장치를 설치했다.

마약류로 분류되는 프로포폴은 잠금장치가 구비된 장소에 보관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냉장고의 냉장 기능이 고장 났고, 피부과 측은 이 냉장고에 프로포폴을 담은 주사기 등을 보관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집단 패혈증이 발생한 환자들에게 지난 7일 투약 된 프로포폴도 이 냉장고에 보관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지난 7일에 환자들에게 투약한) 프로포폴은 지난 4일 준비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4일에 투약을 준비한 프로포폴을 곧바로 사용하지 않고 상온에 방치했다가 7일에야 투약했다는 뜻이다.

병원 관계자는 "5일이 어린이날, 6일이 일요일이라 휴진인데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준비했다"는 진술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프로포폴 주사기가 상온에서 최소 60시간 방치됐던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보건당국의 역학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정식수사에 들어갈지를 결정하기로 했다.

수사에 착수하면 내사 단계에서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던 해당 피부과 원장 등 관계자들을 피의자 신분으로 다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한편 패혈증 증세를 보인 환자 20명 가운데 2명은 중환자실에 입원해있고, 나머지 18명은 일반병실에서 치료 중이며 상태가 호전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