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서 '시간끌기' 나선 드루킹… 경찰, 20일째 얼굴도 못 봤다
더불어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의 주범인 드루킹(49·본명 김동원·사진)이 구치소에 갇혀 있으면서도 경찰의 접견 조사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는 현재 기소된 범죄 혐의로만 재판을 빨리 끝내려는 드루킹 측 의도가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경찰이 핵심 피의자인 드루킹의 신병을 확보하고도 지난 20일간 대면조사 한 번 못한 것은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지방경찰청은 8일 드루킹이 지난달 19일을 끝으로 경찰의 접견 조사를 거부해 왔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 3일부터 이날까지 세 차례 접견 조사를 시도했으나 모두 거부했다”며 “드루킹이 계속해서 조사를 거부하면 법원에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강제 소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드루킹이 이처럼 조사를 거부하고 나선 것은 현재 진행 중인 재판을 빨리 끝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경찰은 지난 3월21일 경기 파주 느릅나무출판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할 당시 드루킹 일당이 USB를 변기에 버리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해 긴급체포한 뒤 사흘 뒤인 24일 구속영장을 발부받았다. 드루킹이 구속되기 전까지 입을 전혀 열지 않았던데다 압수한 휴대폰이나 문서, 파일 등이 모두 잠겨 있어 수사 진척이 느렸다는 게 경찰 측 설명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구속기한 만료(4월18일) 전까지 경찰이 확인한 혐의는 드루킹 측에서 매크로를 활용해 기사 1건에 달린 댓글 2개에 각각 600여 회씩 공감 클릭(네이버 업무방해죄)했다는 정도에 불과했고, 구속 만료일 직전인 17일에서야 검찰의 기소가 이뤄졌다.

초범이고 전과가 없다면 집행유예 선에서 처벌될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는 게 법조계 평가다. 지난 2일 첫 공판에서 드루킹 측 변호인도 “공소 사실을 모두 인정한다”며 조속하게 재판을 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 같은 드루킹의 ‘시간 끌기 꼼수’에 경찰이 지나치게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경찰은 1월17일과 18일 이틀간 676개 기사에 달린 2만여 개 댓글에서 210만여 회에 달하는 매크로 불법 클릭을 추가로 확인했다.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의 공소장을 변경하려면 피의자들의 진술 확보가 필수적인데 드루킹의 접견 거부로 수사가 차일피일 늦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국민적 관심이 쏠린 사건에서 핵심 피의자를 구속해 놓고도 경찰이 지난 20일간 얼굴 한 번 못 봤다는 걸 납득하기 어렵다”며 “피의자 측이 접견을 거부한다면 당장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조사했어야 옳다”고 말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드루킹이 집행유예로 풀려날 경우 필요하면 추가 구속영장 신청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