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주변과 입 맞춘 듯 23시간 '붕어빵 주장' 반복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에 연루된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이 23시간에 걸친 경찰 조사에서 의혹 전반을 부인했다.

6일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김 의원은 지난 4일 오전 9시52분 참고인 신분으로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출석해 밤샘 조사를 받고 이튿날 오전 9시10분 귀가했다. 자신의 진술 조서를 검토한 시간만 7시간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기자회견 등에서 밝힌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드루킹(49·본명 김동원)으로부터 보좌관 한모씨(49)가 500만원을 수수한 데 대해 “3월15일 드루킹이 텔레그램으로 보낸 협박 문자를 보고 다음날 보좌관에게 확인해보니 이를 시인해 즉시 반환시키고, 사직서를 받았다”고 했다.

인사청탁과 관련해선 “대선 직후인 6월 드루킹이 도모 변호사(61)의 오사카총영사 직을 요청했고, 이력과 경력 등으로 봐 적합하다고 판단해 청와대 인사수석실에 추천했다”고 밝혔다. 드루킹과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을 알게 된 과정은 “2016년 6월 의원회관에 드루킹이 찾아와 처음 만났고, 이후 7~8차례 만난 것으로 기억한다”며 “다른 문팬 모임들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댓글조작 사실은 몰랐다고 했다. “2016년 9월 드루킹이 선플 활동에 동참하겠다고 했다”며 “매크로를 이용한 댓글순위 조작은 언론보도를 통해 알게 됐다”고 부인했다. 또 “기사 주소(URL) 10건은 드루킹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함께 보냈다”며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의 진술은 그간의 기자회견이나 보좌관 등의 설명과 한 치도 어긋나지 않는다. 하지만 여러 의구심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해 관련자 간 ‘말 맞추기’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두 사람은 텔레그램 외에 보안성이 뛰어난 ‘시그널’ 메신저로도 대화했는데 단순 지지자라면 이 같은 철통보안은 이례적이다. 또 김 의원이 ‘홍보해주세요’라며 보낸 기사 URL에 드루킹이 ‘처리하겠습니다’라고 답한 점도 ‘혐의’의 심증을 키우는 대목이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 결과를 검토해 김 의원의 통신·계좌 압수수색 영장을 재신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