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아(왼쪽부터), 이자람, 황수미, 김수열.
보아(왼쪽부터), 이자람, 황수미, 김수열.
연극배우이자 연출가인 신강수 씨(37)는 키가 작다. 무대에서 ‘루저들의 대통령’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그는 저신장 장애를 갖고 태어났다. 그의 어머니 윤경자 씨(68)는 어려운 형편에도 아들을 예술대에 진학시켜 자신이 원하는 무대에 설 수 있도록 뒷바라지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윤씨를 포함해 소리꾼 이자람 씨의 어머니 조연구 씨(66), 가수 보아의 어머니 성영자 씨(61) 등 7명을 ‘예술가의 장한 어버이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23일 발표했다. 이 상은 어버이날을 앞두고 자녀를 훌륭한 예술가로 키운 어버이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1991년 제정됐다.

미술가 임흥순 씨의 어머니 유해연 씨(74)는 봉제 공장에서 일했다. 공사일을 하다 다친 남편을 보살피고 고령의 시어머니를 모시면서도 미술에 뜻을 둔 아들의 꿈을 지지해줬다. 이 덕분에 아들은 한국 근현대사에서 왜곡된 여성, 노동, 이주, 공동체 문제를 사진 영화 등에 담아낸 미술가이자 영화감독으로 활약 중이다. 영화 ‘위로공단’으로 제56회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은사자상을 받기도 했다. 시인 김수열 씨의 어머니 양정숙 씨(89), 성악가 황수미 씨의 어머니 윤양희 씨(60)도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동안은 예술가의 어머니를 수상자로 선정했지만 올해부터 예술가의 아버지도 수상자에 포함시켰다. 유니버설발레단 창립 단원과 수석 단원으로 활동하며 국제무대에서 한국 발레의 위상을 높인 박재근(상명대 무용예술학과 교수)·박재홍(한성대 무용학과 교수) 형제의 아버지 박화성 씨(84)다. 발레에 대한 선입견이 강하던 시절 두 아들이 훌륭한 발레리노로 성장할 수 있도록 격려해 한국 발레 발전의 징검다리 역할을 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시상식은 25일 서울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멀티프로젝트홀에서 열린다. 수상자들은 문체부 장관 명의의 감사패와 15돈 상당의 순금을 부상으로 받는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