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상담만 70곳…"활동보조 시간 늘리는 것 절실해"
"5살에 첫걸음마 떼고 희망"… 장애아동 키우는 워킹맘의 하루
"아이를 학교에 보낸다는 건 '도전' 수준이 아니라 완전히 '도박'이었어요. 솔직히 너무 두려웠죠."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둔 지난 19일 장애아동을 키우는 워킹맘 함영숙(42)씨를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자택에서 만났다.

함씨의 딸 오은혜(7)양은 지적장애 1급과 뇌병변장애 5급의 중복장애 아동이다.

또 선천성 질환인 만곡족(발바닥이 안으로 굽어지는 병)을 갖고 있어 수술과 치료를 반복하고 있다.

딸은 다섯 살이 되던 해 첫걸음마를 뗐다.

함씨는 "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는 중이었는데 그날의 기억은 절대로 잊을 수가 없다"면서 "이제 뭐든 해볼 수 있겠다고 하는 희망이 생겼다"고 말했다.

정부에서 지원받는 것을 제외하고도 딸에게 한 달에 200만원씩 들어가는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맞벌이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함씨는 현재 남편과 함께 식당에서 일하고 있다.

매일 오전 8시 40분 활동보조교사가 집에 와 딸을 데리고 학교로 가면 바로 출근한다.

딸이 수업과 치료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시각인 오후 4시 전후에 퇴근하고 돌아와 육아에 전념한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활동보조 서비스 시간은 월 138시간(1급 기준)이다.

한번은 다른 아르바이트생이 출근하지 않아 딸을 급하게 노모에게 맡기고 출근했다가 딸이 집안에서 넘어져 이가 3개나 빠지기도 했다.

가슴이 찢어졌다.

그래서 맞벌이 부부가 신청할 수 있다는 72시간 추가 지원을 받으려고 했지만, 점수가 부족해 탈락했다.

단순히 몇 점이 부족해 탈락했다는 사실이 억울했지만, 국민연금공단 측은 "추가 지원을 받으려면 아예 누워서 움직이지 못하는 정도여야 가능하다"면서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학교는 방학이 있기에 앞으로 활동보조 시간을 늘리는 것이 더 절실하다.
"5살에 첫걸음마 떼고 희망"… 장애아동 키우는 워킹맘의 하루
이날 만난 오양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보면 한껏 웃음을 지었고 뒤뚱뒤뚱하면서도 그런대로 걸어 보였다.

그러나 언어로 의사 표현을 하지 못하고 아직 대소변을 가리지 못해 기저귀를 착용하고 있다.

오양은 태어나자마자 석고 틀을 이용해 발과 다리의 모양을 잡아주는 치료를 받았다.

태어난 지 6개월이 지나도 '뒤집기'가 되지 않아 그제야 장애를 의심해 장애진단을 받았다.

오양 발의 상태가 조금만 나아지면 벗어날 수 있을 줄 알았던 병원생활은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사시 수술도 받았고, 응급실만 몇 번이나 갔다.

함씨는 "의사 선생님은 어린이집에 가서 자극을 받아야 도움이 될 거라고 했는데 받아주는 곳이 없었어요"라며 "어린이집 상담을 서울에서만 30곳, 일산에서만 40곳 받았어요"라고 토로했다.

겨우 들어간 어린이집에서 몇 개월을 다니다가 보살펴줄 교사가 없다는 말에 쫓겨나다시피 그만둔 적도 있다.

장애아동 정원이 있는 '통합어린이집'은 대기가 길어 들어가기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었다.

취학연령이 되자 장애아동을 위한 특수학교 2곳에 지원했다가 모두 떨어졌고, 용기를 내 지난 3월 한 초등학교의 특수학급에 입학시켰다.

함씨는 "억울한 일이 너무 많지만 항상 '내가 약자니까 참자'라는 생각을 한다"면서 "이 말이 무슨 뜻이냐면 괜히 내 아이가 힘들어질까 봐 따지고 싶어도 아무것도 따질 수가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아이가 크면 클수록 사회의 문턱이 점점 더 높아지는 것을 실감한다"며 "입학식 날 상처받는 말을 듣고 밤새 잠 한숨을 못 잤는데 아이가 학교 다녀와 방긋 웃는 모습을 보고서 마음을 쓸어내렸다"면서 웃어 보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