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외부 압력 개입했을 개연성…수사 의뢰"

삼성그룹의 용인 에버랜드 표준지 공시지가 급등 의혹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국토교통부는 에버랜드 표준지 공시지가 급등 의혹에 대한 감사를 벌인 결과 일부 석연치 않은 내용이 발견돼 외부의 압력 등이 개입했을 개연성이 있다고 보고 검찰에 수사의뢰하기로 했다고 19일 밝혔다.

앞서 SBS는 2015년 에버랜드에 있던 표준지가 한 곳에서 7곳으로 늘어나면서 가격도 큰 폭으로 뛰었는데, 당시 삼성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을 앞두고 제일모직의 자산가치를 높이려고 개입했을 개연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우선 국토부는 담당 평가사 등에 대한 조사 결과 2014년 한곳이었던 에버랜드 표준지가 2곳으로 늘어났고 다시 7곳으로 더 불어나는 과정에서 절차상 오류가 있었다고 결론 내렸다.

표준지를 변경하려면 '표준지 선정 심사'를 통해 확정해야 한다.

그러나 담당 평가사는 한 곳이던 표준지를 두 곳으로 늘려 선정 심사를 받고는 이 심사가 확정되기 전에 임의로 표준지 한 곳을 다른 곳과 바꿨다.

표준지 두 곳은 원래 영업시설과 지원시설(열병합발전소)이었는데, 이 영업시설을 숙박시설로 바꾼 것이다.

이후에도 평가사는 재심사를 거치지 않고 표준지 5개를 임의로 추가한 사실도 드러났다.

원래 한 곳이던 에버랜드 표준지가 2곳으로 늘어날 때, 이후 5개가 추가될 때 모두 절차적 오류가 있었던 것이다.

국토부는 7곳의 에버랜드 표준지 공시지가를 평가할 때 일관성도 없었다고 판단했다.

6개 표준지의 ㎡ 당 공시지가는 2014년 8만5천원에서 2015년 40만원으로 최대 370% 치솟았다.

이에 대해 평가사는 "에버랜드 주변 토지와 가격 수준을 맞추기 위해 저평가된 에버랜드 표준지 가격을 올린 것"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도 이 평가사는 임야에 속한 나머지 한 곳의 표준지는 2만6천원에서 4만원으로 올리겠다고 에버랜드 측에 제시했다가 이후 오히려 원래 가격보다 낮은 2만2천500원으로 하향평가한 사실도 드러났다.

국토부는 "이와 같이 표준지 7곳 중 6곳은 대폭 올리면서도 나머지 한 곳은 오히려 낮추는 것은 평가의 일관성이 결여된 것"이라고 밝혔다.

에버랜드 개별 공시지가 산정 때도 부적절한 행태가 발견됐다.

용인시 처인구는 에버랜드의 27개 필지에 대한 개별 공시지가를 산정하면서 2015년에는 고가의 비교 표준지를 적용해 개별 공시지가를 상향시켰으나 2016년에는 저가의 비교 표준지를 적용해 개별 공시지가를 하락시켰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개별 공시지가를 검증할 때에는 전년도 지가와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이같이 에버랜드 표준지가 늘어나고 감정평가가 들쑥날쑥하게 이뤄졌고, 이후 개별 공시지가 산정 때도 문제가 발견된 데 대해 외부의 압력이나 청탁이 개재됐을 개연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감사의 한계로 인해 이런 행위가 이뤄진 이유를 밝히기에는 역부족이어서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수사의뢰한다고 국토부는 덧붙였다.

국토부는 2015년 에버랜드 공시지가가 오르기 전인 2014년 국토부 직원들이 이례적으로 에버랜드에 찾아와 땅값을 올릴 예정이라는 정보를 전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감사 결과 특별한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수사 결과에서 국토부와 한국감정원, 감정평가사 등 관련자의 위법한 행위가 확인될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