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 주범인 김모씨(48·필명 드루킹) 등에 대한 고발취하 당시 사건을 맡았던 검찰의 직무유기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선거법 위반은 반의사불벌죄가 아닌데도 검찰이 고발취하 등을 빌미로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채 공소시효(6개월)가 끝나버렸다는 지적이다.

18일 서울남부지검에 따르면 국민의당(현 바른미래당)은 지난해 4월15일 여론 조작행위를 벌인 것으로 의심되는 김씨 등 네티즌 14명을 부정선거운동죄 및 선거운동기간위반죄로 고발했다. 이들은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문재인 공식 팬카페(문팬)’를 개설해 당시 문재인 대선후보의 선거운동을 벌인 혐의로 고발됐다.

본지가 입수한 당시 고발장을 보면 김씨 등의 여론조작 수법이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다. 지난해 4월11일 ‘MB 세력에 최후의 일격을 날릴 때가 됐다’란 글에서 문 후보에게 유리하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게 불리한 댓글을 리스트 상위에 노출시키는 방법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김씨는 “네이버 댓글 작성은 하루 20개만 가능하기 때문에 다 사용하고 나면 베스트 선플 추천과 최신순 ‘두더지잡기’(비추 클릭)만 해주면 된다”며 “가장 많이 본 뉴스 정치기사 8개는 반드시 ‘선플 작업’을 해 달라”고 적기도 했다.

문팬의 다른 운영위원은 작년 4월6일 ‘(긴급) 안철수 조폭 네이버 다음 실검1위~폭풍검색 요망’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 안 후보에게 불리한 키워드가 리스트 상위에 배치되도록 ‘작업’을 독려한 것이다. 국민의당은 고발장에서 선거법상 허용된 선거사무소, 선거연락소 및 선거대책기구 외에 대통령 후보를 위한 단체를 설치하거나 기존의 단체를 이용하는 행위는 위법이라고 설명했다.

대선이 끝난 지난해 9월 민주당 요구로 고발이 취하됐지만 선거법 위반은 반의사불벌죄가 아니어서 계속 수사로 진상을 밝혀야 했다는 게 법조계 의견이다. 그럼에도 검찰은 공소시효 6개월이 지날 때까지 기소하지 않아 사실상 처벌이 어렵게 됐다. 검찰이 현 정권의 눈치를 보다 사건을 덮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이현철 남부지검 2차장검사는 이에 대해 “사이버 선거운동은 누구든지 할 수 있다”며 “유사기관이나 사조직이라면 처벌할 수 있지만 팬클럽은 다르다”고 해명했다. 어떤 근거로 팬클럽으로 판단했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한 선거법 전문 변호사는 “캠프의 지시가 있었거나 정당의 선거자금이 흘러들어갔다면 팬클럽이라도 공직선거법상 사조직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수사를 통해 이런 부분을 밝혔어야 하는데 그냥 공소시효를 넘긴 것은 명백한 검찰의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이수빈/고윤상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