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청 특별감사서 20가지 문제점 적발…유치원장도 고발
출근 안 한 직원에 급여 지급…일부 '추상적 잣대' 적용은 논란
'무단폐교' 은혜초 이사장 검찰 고발… 해임 추진
서울시교육청은 무단폐교 논란을 빚은 은혜학원과 소속 학교들을 특별감사한 결과 20가지 문제점이 확인돼 이사장과 유치원 원장 등을 무단폐교와 횡령·배임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18일 밝혔다.

다만 일부 문제점은 법규 위반이 아니라 "일반적 학교운영 방식에 비춰 부적정하다"고 추상적인 잣대를 적용한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교육청은 고발과 별도로 이사장 임원취임승인 취소를 추진하고 은혜초 교장 해임과 교감직무대리·행정실장 3개월 감봉, 은혜유치원 원장 3개월 감봉 등을 은혜학원에 요구하기로 했다.

사립학교 교직원 징계권은 사학재단에 있다.

다만 은혜초 교장과 행정실장은 이미 퇴직해 '퇴직불문'으로 실제 징계를 받지는 않을 전망이다.

교육청은 은혜유치원이 출근하지 않은 직원에게 지급한 2년 10개월 치 월급과 퇴직금 등 부당하게 집행된 것으로 파악된 2억600여만원에 대해서는 회수·보전조치를 요구할 계획이다.

감사결과 교육청은 은혜학원이 은혜초 폐교를 불법으로 추진·강행했다고 재차 결론지었다.

또 교육청 승인범위를 넘어 수익용 기본재산으로 교직원 급여를 준 것도 문제로 판단했다.

은혜학원은 학생감소에 따른 적자누적을 이유로 작년 12월 서울시교육청 서부교육지원청에 은혜초 폐교를 신청하고 이를 학부모에게 알렸다.

폐교신청은 반려됐지만, 갑작스러운 폐교통보에 학부모들이 자녀를 전학시키면서 결국 은혜초는 지난달 사실상 폐교됐다.

앞서 학원 측은 폐교신청 전 교육청과 협의했다고 주장했다.

은혜학원 직원이 서부교육지원청에서 신청서 양식을 받아가고 절차를 안내받는 등 교육청이 폐교추진 사실을 미리 알 수 있었다는 '정황'도 있다.

이에 따라 폐교과정을 문제 삼은 이번 감사결과를 두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교육청은 올해 신입생 일부를 모집하고도 이사장 지시로 추가모집을 안 하고 교육과정을 편성하지 않은 점, 다른 학교로 전학 간 학생 48명의 지난해 4분기 수업료를 돌려주지 않고 있는 점 등도 문제 삼았다.

또 학교 정상화 합의 후 복귀를 원한 학생을 받아들이지 않은 점과 폐교통보 후 학생·학부모 정신적 피해치료나 전학안내 매뉴얼을 만들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정신적 피해치료나 전학안내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지만, 도의적으로 마련했어야 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교육청은 은혜초가 2014학년부터 2017학년도까지 학교회계 세입·세출관리를 부적정하게 해 적자가 쌓이는 상황에서도 교원수급을 합리적으로 조정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내놨다.

또 2017학년도 교원채용 때는 이사회 의결을 받지 않고 채용을 진행했고 교육청 판단으로 2명만 뽑아도 되는 상황에서 경력이 길어 호봉이 높은 교사 2명을 포함해 총 4명을 선발, 재정을 악화시켰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육청은 적자누적 시 교원수급을 조정하거나 호봉이 낮은 교사를 선발해야 한다는 명시적 규정은 없다고 했다.

교육청은 은혜유치원이 교직원 명절휴가비를 증빙서류 없이 현금으로 지급하는 등 회계업무도 적절치 않게 처리했다고 밝혔다.

명절휴가비 실제 지급 여부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교육청은 "은혜학원이 감사자료 일부를 제출하지 않고 감사를 받아야 할 남은 교직원에 대해 학내 대자보를 붙였다는 이유로 징계추진·직위해제하는 등 감사업무를 방해했다"고도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