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기업_불매', '#○○_성폭력' 등 올리며 공론화
'해시태그로 공격' 온라인시위 주목… 신상털기 등 부작용도
"내일 밤 9시 '#여성차별_하나은행_불매' 트위터 '해시총공' 진행합니다.

동참해주세요.

"
지난 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의 '남초불매운동 / 여성차별기업 고발'이라는 계정에 이런 공지글이 올라왔다.

예고된 시간이 되자 트위터 이용자들이 '#여성차별_하나은행_불매' 해시태그를 단 게시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이들은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 해당 은행이 남성에게 특혜를 줘 합격시키고 여성은 탈락시킨 것으로 확인됐다는 등의 내용을 함께 언급하기도 했다.

이 해시태그가 달린 트윗은 몇 시간 만에 2만 건 넘게 쌓이면서 '실시간 트렌드' 1위에도 올랐다.
'해시태그로 공격' 온라인시위 주목… 신상털기 등 부작용도
이처럼 SNS의 해시태그 기능을 이용한 '해시총공'이 온라인 시위의 한 방식으로 퍼지고 있다.

해시총공은 '해시태그 총공격'의 준말이다.

16일 전문가들에 따르면 해시총공은 원래 아이돌 그룹 팬들이 만든 문화다.

좋아하는 스타가 새 앨범을 내고 컴백할 때 해시태그에 아이돌 이름을 넣은 게시글을 다수 올리며 '해시총공'하며 이슈화하는 것이다.

해시태그 기능이 연예계를 넘어 다른 이슈에까지 본격적으로 활용된 첫 계기는 2016년 강남역 여성살해 사건으로 알려졌다.

갓 취업한 20대 초반 여성이 강남 번화가 한복판에서 살해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여성 네티즌들은 자신도 살해당할 수 있었다면서 '#나는_살아남았다'라는 해시태그로 피해자를 추모하고 여성권 이슈를 공론화했다.

이를 계기로 성폭력 피해 경험을 폭로하는 운동이 불거졌고, 트위터에서는 같은 해 10월 '#문단_내_성폭력' 등 '#○○_내_성폭력' 운동이 시작됐다.

이는 이후 '미투(#Metoo·나도 당했다)'로까지 이어졌다.

해시태그 운동은 2016년 말 '최순실 게이트'를 계기로 정치 분야로까지 퍼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로 의혹을 부인하고 여권이 개헌 등으로 화제를 돌리자 네티즌 사이에서는 '#그런데_최순실은' 해시태그 운동이 나타났다.

박 전 대통령 탄핵 후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 의혹 수사를 촉구하는 '#그런데_이재용은' 운동이 유행했고, 이명박 전 대통령을 수사하라는 '#그래서_다스는' 운동도 생겼다.

올해는 '미투' 해시태그 운동이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다.

최근 가습기 살균제 가해 기업, 영화 티켓 가격을 인상한 멀티플렉스 영화관 등을 상대로 불매 운동을 벌이자는 해시태그 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해시태그로 공격' 온라인시위 주목… 신상털기 등 부작용도
전문가들은 '1인 미디어'인 SNS가 신문·방송과 같은 전통 미디어 못지않게 영향력이 커진 결과라고 분석한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SNS가 남녀노소 보편화하면서 중요한 담론장으로 부상하고, 정치·사회 문제에 가감 없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면서 온라인 여론이 실제 세상에도 영향력을 발휘하게 됐다"고 말했다.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해시총공에 참여했다가 반대 의견을 가진 이들에게 '신상털기' 등 공격을 받거나, 경찰 수사 대상이 되는 등 생각하지 못했던 상황에 부딪힐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온라인이라는 해방 공간에서라도 약자가 강자에게 저항의 표현을 할 수 있도록 보호해야 한다"면서 "온라인에서 '표현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가 제대로 보장받고 있는지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