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기업 지역인재 채용 확대에 속도를 내면서 수도권 대학 출신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역차별 논란이 점점 커지고 있다.

"지방에서 초·중·고 나왔는데…" 수도권大 학생들 반발도 커져
부산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나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정연후 씨(29)는 “부산으로 이전한 주택금융공사에 세 차례 지원했으나 모두 떨어졌다”며 “반면 고향에서 대학을 나온 친구들은 손쉽게 합격하는 걸 보면서 씁쓸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부모님을 비롯해 일가친척이 모두 부산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서울에서 대학을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지역인재로서 인정받지 못하니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전북 전주에서 올라온 중앙대 재학생인 김희연 씨(25)도 “대학만 서울로 왔을 뿐이지 졸업 후엔 전북 일대 공기업에 취직해 고향에서 살고 싶다”며 “주변에도 연고지로 돌아가겠다는 친구들이 적지 않은데 우리 같은 취업준비생만 취업 문이 더 좁아졌다”고 했다.

지역인재를 소속 대학이 아니라 실제 연고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문병원 자유한국당 울산시 의원은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꼭 지역인재를 채용해야 한다면 해당 지역에서 오래 산 사람을 뽑아야 업무 만족도를 높이고 퇴사율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방자치단체가 각 지역 사정에 맞게 지역인재 기준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취업난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대다수 취업준비생의 상대적 박탈감을 조장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려대에 재학 중인 이현재 씨(24)는 “공기업은 가산점 1점만으로도 당락이 갈린다”며 “이 때문에 방학마다 가산점을 주는 한국사, 컴퓨터 등 자격증 시험 학원에 다니는데 학원 강사들도 ‘누구는 지역인재니까 공부 살살해도 되겠지만 누구는 죽기 살기로 해야겠다’고 우스갯소리를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취업준비생 사이에선 지역인재로 들어간 사람들은 그냥 들어간 사람에 비해 점수가 턱없이 떨어진다는 얘기도 나돈다”고 했다.

조아란/이현진 기자 ar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