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숨을 돌렸고, 롯데는 숨이 막혔다. 6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의 심리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1심 선고공판 결과로 총수가 관련 혐의를 받고 있는 두 기업들은 희비가 다소 갈렸다.
한숨 돌린 삼성… "명시·묵시적 청탁 없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2월 최순실 씨의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상태다. 롯데가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지원한 것이 제3자 뇌물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박 전 대통령의 1심 재판부가 신 회장에게 어떤 판단을 내리는지가 향후 신 회장이 얽혀 있는 최씨 2심 재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었다.

재판부는 K스포츠재단을 설립할 때 출연한 기업 중 추가로 출연한 곳은 롯데가 유일하다는 점, 70억원이라는 거액을 지원하기로 한 점, 박 전 대통령이 롯데에 대해 직무상 영향력이 있는 점 등을 근거로 삼아 신 회장을 뇌물 공여자라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신 회장 역시 피고인의 직무상 영향력이 롯데에 유리하게 행사될 것이란 기대를 하고 K재단을 추가 지원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 대형 로펌 형사팀 변호사는 “롯데는 삼성보다 관련 증거가 뚜렷해 2심에서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내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혐의를 인정하고 선처를 구하는 전략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삼성에는 특별히 불리할 것이 없었다. 재판부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항소심(2심) 재판부와 마찬가지로 ‘승계작업’이 없다고 봤다. 개념조차 명확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개별 현안에 대한 명시적·묵시적 청탁도 인정하지 않았다. 이 부회장 1심 재판부와는 다른 판단이다.

최씨의 딸 정유라 씨의 승마훈련과 관련해 삼성으로부터 정씨가 받은 말 3마리 구입비 36억여원과 코어스포츠 지원금 36억여원 등은 뇌물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앞서 지난 2월 이 부회장의 항소심 선고에서 재판부는 말 3마리 소유권이 삼성 측에 있다고 봤다. 말 구입비가 아닌 말 사용료(산정 불가)를 뇌물액으로 판단한 이유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 1심 재판부는 말 소유권이 최씨에게 있다고 판단했다. 향후 대법원 재판에서 ‘말 소유권’을 놓고 실질 소유자가 누구인지에 대해 치열한 법리 다툼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말 수송 차량 4대는 이 부회장 항소심과 마찬가지로 사용료에 대해서만 뇌물을 인정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