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이어 서강대도 2020대입 정시 비율 늘리고 수능 최저 폐지
'정시확대' 논란 여전한데 뒤로 빠진 교육부…학생들은 혼란
교육부가 갑작스럽게 2020학년도 대입 정시모집 확대를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지만 정작 정확한 정책방향이나 이를 추진한 배경에 대해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혼란은 학교 현장에 있는 고2 예비수험생들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교육계에서는 최근 교육부가 갑작스럽게 대학들의 2020학년도 대입전형 확정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한 배경에 대해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앞서 박춘란 교육부 차관은 지난달 29∼30일 이화여대·중앙대·경희대 등 3개 대학 총장에게 전화해 최근 정시모집 비율이 낮아져 학생·학부모 불만이 많다고 언급하며 2020학년도 입시에서 정시모집 인원을 늘릴 수 있는지 문의했다.

각 대학은 2020학년도 입학전형계획 발표를 위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지난달 말까지 전형 세부계획을 제출할 예정이었다.

마감 직전에 교육부가 사실상 정시모집 확대 요청을 한 셈이다.

박춘란 차관은 이전에 서울대·고려대 측에도 비슷한 의견을 전달했다.

학생부종합전형을 중심으로 한 수시모집 확대를 줄기차게 추진해 온 정부가 입학전형계획 마감을 코앞에 두고 '입시 판도'를 뒤흔든 것은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입시업계와 교육현장의 목소리다.

이진석 교육부 고등교육정책실장은 이에 대해 "(입학전형은) 기본적으로는 대학의 자율적 영역이지만 급격하게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수시모집과 정시모집 비율이 차이 나는 상황이 생겨 (일부 대학에) 구두로라도 우려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시모집은 1997년 도입된 이후 20년간 꾸준하게 증가해 온 점을 고려하면 현장 혼란이 생길 수 있는 시점에 이런 조치를 취한 것이 명쾌하게 설명되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청와대와 여당, 정부가 손발이 맞지 않아 수시모집 증가세를 억제할 필요성을 느끼고도 제 때 조처를 하지 못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당·정·청이 세부사항에 대해 의견을 일치시키지 못한 상태에서 2020학년도 입학전형계획 확정 시기가 다가오자 다급해진 청와대가 교육부에 '행동'을 요구했다는 분석이다.

정시모집 확대 요청에 대한 사전협의 여부와 관련해 청와대와 교육부는 다소 다른 해명을 내놓고 있다.

이진석 실장은 "대학이 2020학년도에서 수능(위주 전형)보다는 수시 비율을 확대하려고 한다는 보고를 3월 중하순에 받고 나서 대학에 이런 우려가 있다는 점을 전달하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해 차관께 직접 건의드렸다"며 청와대와의 협의설을 사실상 부인했다.

이에 비해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을 만나 "청와대와 교육부는 교육정책과 관련해 상시적으로 협의하고 있다"며 "당연히 협의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논란이 이어지는 사이 현장의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일부 상위권 대학들이 교육부 요청처럼 입학전형의 방향성을 바꿨기 때문이다.

앞서 연세대는 2020학년도 정시모집 인원을 2019학년도 대비 125명 늘리고,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없앤다고 밝혔다.

이날 서강대도 입학전형위원회를 열어 2020학년도 정시모집 인원을 96명 늘리고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폐지하기로 했다.

고2 딸을 둔 학부모 한모(51)씨는 "입시제도가 거의 매년 바뀌니 주변에서는 차라리 정시모집 비율을 '최소 몇%'라고 법으로 정했으면 좋겠다고 한다"며 "교육부가 정책을 결정하고 추진하는 과정에서 과연 아이들, 특히 입시를 앞둔 수험생을 고려하는지조차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