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강원랜드가 영월세무서를 상대로 낸 법인세 부과 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 춘천재판부로 돌려보냈다고 29일 밝혔다. 기업이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다른 기업에 제공한 운영 지원금은 법인세 대상이 아니라는 판결이다. 기업의 기부를 가로막는 세무당국의 무리한 과세에 대법원이 제동을 걸었다는 평가다.

기업 기부 가로막는 '무리한 과세' 大法서 제동
◆“강원랜드의 지원은 기부금으로 봐야”

쟁점은 지자체를 거쳐 다른 기업에 지원된 돈을 ‘기부금’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강원랜드는 2012년 7월 ‘태백관광개발공사 정상화 유도를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 기여’ 목적으로 태백시에 150억원을 지정기탁하기로 했다. 태백시와 민간업체가 공동출자해 2001년 설립된 공사가 부도날 경우 태백시도 재정위기를 맞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초 강원랜드 경영진은 배임죄 우려 때문에 자금 지원 요청을 계속 거절했다. 이에 태백시는 강원랜드가 태백시에 ‘기부’하고 태백시가 이를 태백관광개발공사에 우회 지원하는 방안을 제안해 성사됐다. 강원랜드는 이 돈을 면세 혜택이 있는 ‘손금(損金)’으로 반영했다. 기부금으로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월세무서는 강원랜드가 특수관계인인 태백관광개발공사에 불법 우회지원했다며 법인세 40억여원을 부과했다. 태백시와 강원랜드가 태백관광개발공사 발행 주식을 총 60% 이상 보유하고 있고, 태백시도 강원랜드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1, 2심 재판부는 “사실상 공사를 지원하기 위해 태백시를 통해 우회지원한 것에 불과하며 이를 통해 조세부담을 경감시켰다”며 세무당국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대법원 재판부는 “공익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혜자를 태백시로 해 기부행위한 것으로 조세 회피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세금부과가 면제되는) 법정기부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강원랜드의 태백시 기부와 태백시의 공사 자금 지원을 하나의 행위로 단정한 원심은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세 당국의 무리한 과세에 제동

이번 판결은 기업의 기부 행위에 대해 세무당국이 부당행위계산 부인, 실질과세원칙이라는 법리를 무리하게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한계를 설정했다는 평가다. 이 두 개의 법리는 세무당국이 조세 회피 등을 방지하기 위한 주요 수단이다.

영월세무서는 작년 한 해 강원 도내 7개 세무서 가운데 법인세를 가장 많이 걷은 곳으로 알려졌다. 특히 탄광산업 사양으로 침체 일로를 걷던 지역이었지만 강원랜드 탄생 후 세수가 급증해 강원랜드는 ‘강원 세수의 보고’로도 여겨진다. 2002년에는 카지노 고객이 직원에게 주는 팁(속칭 ‘팝콘’)이 연간 300만원이 넘을 경우 기타소득으로 간주,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혀 강원랜드 직원들의 근무 의욕과 사기를 저하시킨다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대법원 심리부터 강원랜드를 대리해 ‘역전’을 이끈 전영준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사법연수원 30기)는 “지자체를 돕기 위한 선의의 적법한 기부마저 과세할 경우 기업의 기부 행위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세법 원칙이라고 무리하게 적용할 경우 자유로운 거래를 막는 등 사적 자치의 원칙이 무너지는 부작용이 속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엽 기자 l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