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활동 포기한 '방콕'족 늘어…교실에 공기청정기 설치 의무화 청원도
미세먼지에 날씨 앱·공기청정 카페… "마스크 값 부담되네"
미세먼지에 날씨 앱·공기청정 카페… "마스크 값 부담되네"
연일 최악의 미세먼지가 전국을 뒤덮으면서 단순히 관련 상품이 대량소비되는 것을 넘어 시민들의 라이프 스타일도 변화를 맞고 있다.

외출 전 미세먼지 농도를 체크하는 것이 생활습관이 되고, 맑은 공기를 테마로 내세운 카페가 등장하는가 하면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초·중·고등학교 교실에 공기청정기 설치를 의무화해달라는 청원이 쇄도하고 있다.

외출할 때 필수인 마스크 값이 만만치 않아 저소득층에는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외출 전 미세먼지 농도 체크…미세먼지 앱 인기
서울에 사는 직장인 이모(30·여)씨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가장 먼저 휴대전화 앱으로 미세먼지를 확인한다"며 "종류별로 있는 마스크 중 어떤 것을 쓰고 갈지 농도에 따라 결정한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출근이나 외출 전 비가 내리는지를 보기 위해 날씨를 확인했다면, 최근에는 미세먼지 농도 확인이 날씨를 보는 가장 큰 이유가 됐다는 것이다.

이런 변화에 국외 미세먼지까지 확인할 수 있고 알람 기능도 있는 미세먼지 관련 앱도 덩달아 인기를 끌고 있다.

휴대전화 앱 스토어에 미세먼지를 검색하면 관련 앱만 30여 개가 나오고, 한반도 위성 사진까지 보여주는 등 구체적인 미세먼지 자료를 보여주는 앱도 등장했다.

인기 앱들은 100만 이상의 다운로드 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또 직장인들은 퇴근 이후 야외운동이나 약속을 포기하고 '방콕'을 택하고 있다.

평소 야외 풋살장에서 풋살을 즐기는 양모(31)씨는 "미세먼지 때문에 이번 주 약속했던 경기를 다 취소했다"며 "마스크를 쓰고 뛰어다닐 수는 없고 다른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퇴근 이후 한강에서 가벼운 운동을 즐겼던 최모(28·여)씨는 "미세먼지 때문에 계획했던 다이어트가 실패할 위기에 처했다"며 "실외 운동을 못 해 집안에서 스트레칭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세먼지에 날씨 앱·공기청정 카페… "마스크 값 부담되네"
◇ "공기청정 시설 갖췄어요"…실내공간 마케팅도 활발
미세먼지와 야외활동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면서 이를 노린 마케팅도 활발하다.

온라인에서는 대형 공기청정 시설을 갖췄다고 자랑하는 키즈카페나 만화카페 등 특색 있는 실내공간을 소개하는 홍보성 글이 자주 눈에 띈다.

육아휴직을 내고 두 아이를 돌보고 있는 전모(36)씨는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키즈카페를 가곤 하는데 과연 실내 공기 질이 안심할 만큼 좋을까 하는 의문이 들곤 한다"며 "기왕이면 공기청정 시설을 갖춘 곳에 아이들을 데려가고 싶은 게 부모들 마음"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공기청정'을 콘셉트로 내세운 카페까지 등장했다.

서울 서초구에 있는 이 카페는 실내에 대형 공기청정 시설을 갖추고 곳곳에 다양한 관련 제품을 진열해 직접 제품을 체험해볼 수도 있다.

이 카페 관계자는 "3월 초에 오픈을 한 뒤로 미세먼지가 연일 불면서 카페를 찾는 손님들도 늘고 있다"며 "손님들이 단순히 음료만 드시고 가는 게 아니라 다양한 공기청정기 제품을 보고 구매를 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 미세먼지 기승에 마스크값도 치솟아…서민들 울상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면서 마스크 가격도 오르고 있다.

곧 출산을 앞둔 직장인 서모(33·여)씨는 미세먼지가 오기 전 "하나에 9천 원대 마스크를 인터넷으로 여러 개 구비해 사용하고 있었는데 연일 미세먼지가 심각하다는 보도가 쏟아지자 가격대가 훌쩍 뛰었다"며 울상을 지었다.

이어 "배 속의 아이 건강을 생각해서라도 미세먼지 차단 기능이 좋은 마스크를 써야 하는데 가격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실제 미세먼지 방지용 마스크 가격을 기습적으로 인상해 수익을 올리려는 얄팍한 상술도 활개를 치고 있다.

한 소셜커머스 업체는 1팩에 25개의 마스크가 들어있는 마스크 제품의 가격을 하룻밤 새 4천 원이나 인상해 판매해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직장인 노모(38)씨는 "마스크가 건강을 위한 필수품이 됐는데 미세먼지를 이용해 수익을 챙기려는 상술이 불쾌하다"며 "하루 이틀 정도 쓰고 갈아야 하는 마스크 가격이 저소득층에게는 꽤 큰 부담일 텐데 '미세먼지 약자'들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미세먼지에 날씨 앱·공기청정 카페… "마스크 값 부담되네"
◇ "학교에 공기청정기 설치 의무화" 시민들 청원 봇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전국 초·중·고등학교 교실에 공기청정기 설치를 의무화하는 등 학생들을 위해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달라는 요청이 줄을 이었다.

청원을 올린 한 시민은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이면 학교에서 야외활동도 시키지 못하고 창문도 열지 못한다"며 "교실에서 발생하는 먼지, 이산화탄소로 바깥 공기보다 안전할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시민도 "대기 질 상태가 심각하게 나쁠 때 어린 자녀들이 공부하는 학교에 공기청정기가 없어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하는 상황"이라며 "공기청정기 설치를 꼭 의무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학교를 잠시 휴교해달라는 청원도 여러 건 나왔다.

한 시민은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이상의 수준이면 단축수업을 하거나 휴교령을 내리도록 법을 개정해주면 학생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교육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경우 맞벌이 부부들에게는 또다른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밖에도 "청소년 운동선수들은 미세먼지가 극심해도 야외에서 많은 훈련을 소화한다.

미세먼지에 대한 어떤 가이드라인도 없다"며 대책을 요구하는 청원도 제기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