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반려견도 호흡기·안구질환…축산농가, 미세먼지 차단 비상

"소들이 미세먼지 때문에 콧물 흘리고 기침하면서 난리입니다.

사람도 힘든데 얘네들은 오죽하겠어요?"
"우리도 힘들어요"… 미세먼지에 고통받는 동물들
경기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두창리에서 30년째 소를 키우는 신동규(64)씨는 요즘 미세먼지 때문에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시야를 가리는 뿌연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리면서 200여 마리의 소 가운데 일부가 호흡기 질환 증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어른 소가 맑은 콧물을 흘리고 간간이 기침도 내뱉는다.

얼마 전 태어난 송아지는 상태가 더 심각하다.

건강하던 소들이 요즘 들어 감기증세를 보이는 것에 대해 신씨는 사방이 뻥 뚫린 축사이다 보니 소들이 미세먼지에 그대로 노출돼 있기 때문으로 여긴다.

신 씨는 미세먼지가 축사 내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하루에도 여러 차례 윈치커튼(바람 및 방한용으로 축사에 설치한 전동식 커튼)을 내려 축사를 가리고, 축사 내 40여개 선풍기를 틀어 미세먼지를 축사 밖으로 배출하고 있다.

그는 "작년부터 미세먼지가 특히 심해지면서 소들도 많이 힘들어하는데, 사람처럼 마스크를 씌울 수도 없어 답답하다"면서 "그나마 커튼을 내리거나 선풍기를 틀어주는 것 외에는 해줄 게 없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용인시한우협회 회장이기도 한 신씨는 미세먼지 대책으로 축산농가의 15년 이상 된 선풍기를 교체하기 위한 보조금을 시가 지원해주기를 원한다.

최악의 미세먼지가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 농가에서 키우는 가축뿐 아니라 가정 내 반려동물들도 말 못 할 고통을 겪고 있다.
"우리도 힘들어요"… 미세먼지에 고통받는 동물들
동물병원에도 최근 미세먼지로 인해 호흡기 질환과 안구 질환에 걸린 반려동물의 방문이 늘고 있다.

수원시 권선구 두리동물병원 성낙현(49) 원장은 "요즘 들어 기침하거나 결막염이 생겼다며 병원을 찾는 반려동물이 조금씩 늘고 있다"면서 "집에서 담배를 피우지 않는 집에서 이런 증상이 생기는 것을 보면 100% 미세먼지 때문은 아니겠지만, 미세먼지가 원인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성 원장은 "반려동물은 사람처럼 마스크를 쓰는 등 예방할 수 있는 게 없어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산책을 자제하고 물을 많이 먹게 해야 한다"면서 "집안에 습도를 높여 미세먼지를 바닥에 가라앉혀 닦아내는 것도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리면서 집 밖으로 애완견을 데리고 나오는 사람들도 급격하게 줄었다.

수원시가 광교호수공원에 조성한 반려동물놀이터에는 평소 하루평균 100여명이 반려견을 데리고 방문했으나,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면서 최근 2∼3일 기간에는 40명 선으로 줄었다고 시 관계자는 전했다.

에버랜드도 미세먼지로부터 동물들을 지키기 위해 평소보다 건강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에버랜드는 사육장과 방사장에 쌓인 미세먼지를 제거하기 위해 매일 물청소를 하고 있고, 동물들의 건강이 약해지지 않도록 고열량 사료와 비타민을 평소보다 많이 챙겨주고 있다.

특히 호흡기 질환 등 건강이 아주 좋지 않은 동물들은 아예 방사장으로 내놓지 않고 실내사육장에서 지내도록 조치하고 있다.

건국대 박희명 수의과대학 교수는 "미세먼지도 장기적으로 보면 동물의 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다"면서 "특히 어린동물의 경우 미세먼지로 인한 각종 호흡기 질병이 촉발될 가능성이 많고, 이후 바이러스감염에 의한 폐렴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동물에 대한 미세먼지 대책과 관련해 "미세먼지가 많은 날은 가급적 축사 내에서 생활하게 하고, 축사 주변으로 가림막을 해서 실내환경을 유지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