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신체부위 거론한 과격 발언도…전문가 "미투 본질 자각해야"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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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me too·나도 당했다) 바람에 술렁이는 대학가에서 남학생들이 남성 비하 여론에 속 앓이를 하고 있다.

전북 한 사립대학 재학생이라고 밝힌 A씨는 12일 이 대학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여학생에게 폭언을 당한 경험을 소개했다.

그는 "SNS 단체 대화방에서 학내 성폭력 대책을 논의하던 중 한 여학생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발언을 했다"며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대화 내용을 보면 이 여학생은 '동기들 사이에서 강간 사건이 일어나면 남성 XX을 잡고 터트리겠다.

벌금 70만원만 있으면 가능한 일'이라고 적었다.

이어 그는 '특히 남자들아'라고 포문을 열고서 '여자애들 얼평(얼굴 평가) 하지 마라. 너희 보라고 화장한 것 아니다.

너희는 평가할 위치도 아니고 그러한 권력도 없다'고 일갈했다.
남성은 예비 성범죄자?…대학가 미투 바람에 남학생은 속앓이
A씨는 "남녀가 함께 있는 대화방에서, 성폭력을 일으킨 학생이 없는데도 'XX을 터트린다'는 협박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더군다나 이 여학생은 비속어를 쓰며 전체 남학생들을 모욕했다"고 털어놨다.

남학생들을 예비 성범죄자로 인식한 경고성 발언이자 이들을 싸잡아 비난하는 그릇된 성 의식이라는 비판이다.

특히 공개된 대화방에서 남성의 특정 부위를 거론한 발언은 성적 수치심마저 일으킨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A씨는 "여학생 발언에 남학생들이 반박 글을 쓰려고 했지만, 구설에 휘말릴까 봐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 대학 또 다른 재학생 B(21)씨도 "미투 운동으로 성범죄 예방 논의가 활발한데, 여학생들이 미투 피해자 입장을 대변하면서 다소 거친 언행을 할 때가 있다"며 "하지만 남학생들은 가해자 옹호로 비칠까 봐 표현 수위 등을 문제 삼지 못한다"고 동조했다.
남성은 예비 성범죄자?…대학가 미투 바람에 남학생은 속앓이
전문가들은 대학가 미투 운동이 본질을 흐리는 성 갈등으로 번지거나 한낱 감정싸움으로 변질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설동훈 전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미투 운동으로 촉발된 여러 논쟁에서 상대 감정이 상할 수 있는 발언은 자제해야 건강한 논의가 가능하다"며 "격한 발언의 배경은 이해하지만, 자칫 말의 진정성은 사라지고 폭력만 남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XX'을 터트리겠다'는 발언은 남성에 대한 성희롱이 될 수 있고 공격 대상이 될 소지도 있다"며 "미투 운동 본질과 한참 떨어진 무의미한 말싸움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