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집회' 전교조 간부 150만원 vs 단톡방 정치글 400만원
명백한 불법단체 행동에는 상대적으로 관대한 판결이, 카톡상의 정치적 견해에는 더 엄격한 처벌이 내려져 형평성 논란을 부르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이재석)는 2일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이영주 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사진)에게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이 판사는 “피고인이 법으로 금지된 집단 조퇴나 시국선언 등 일련의 행위를 주도적으로 한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다만 그런 행위에 이른 경위에 참작할 사정 등이 있어 벌금형을 택했다”고 밝혔다. 불법이 명백하지만 사정을 감안했다는 설명이다. 최근 관공서에 정치적 구호가 적힌 현수막을 내건 공무원에게 선고유예의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지기도 했다. 이 전 부위원장은 2014년 6~7월 정부의 전교조 법외 노조화 방침에 반발해 조퇴투쟁과 교사선언, 전국교사대회 등 공무원의 정치 중립의무를 위반한 불법 집단행동을 주도했다.

같은 날, 같은 법원의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는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비방하는 허위 사실을 카카오톡에 퍼뜨린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임채홍 서울희망포럼 회장에게 벌금 4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개인의 명예뿐만 아니라 선거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훼손하는 행위”라며 “죄질이 좋지 않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임씨는 대선 전 ‘국민의 소리’라는 단체 카톡방에 ‘문재인이 중국과 합작해 대한민국을 전복하려 한다’는 등의 정치적 판단을 올리거나 퍼나른 혐의다.

대형로펌의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법 위반의 ‘고의성’과 위반에 따른 ‘영향’에 따라 형량이 결정되기 때문에 단순 벌금액 차이만 놓고 비교할 수는 없다”면서도 “불법 정치 집회를 연 것이 비슷한 견해를 가진 집단 내에서 정치적 견해를 표현하고 정보를 교환한 것보다 더 큰 문제인지는 짚어볼 만하다”고 말했다.

불법적 집단행동에 무감각해지는 사회 흐름을 반영한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헌법재판연구원 출신의 한 로스쿨 교수는 “최근 집단행동 등에는 관대하지만 허위사실 유포와 비방 등 선거를 흔들 수 있는 행위에 민감한 사회 분위기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상엽 기자 l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