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권 변호사 前서울남부지방법원 판사, 변호사
신중권 변호사 前서울남부지방법원 판사, 변호사
우리 사회가 안전하고 평등한 사회로 성숙해 감에 따라 성범죄에 대한 처벌은 더욱 엄격해 지고 있습니다. 긍정적인 발전이라 할 것입니다. 일상생활에서도 성범죄에 대해서 조심하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성범죄 전담재판부 판사로서, 그리고 변호사로서 성범죄 사건을 직접 접하다 보면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성범죄에 대해서 무지하다는 사실에 놀라게 됩니다. 심지어는 법조인들조차 그러하니 일반인들이야 더 말할 것이 없겠지요. 그러나 판사, 검사도 아닌 일반인들이 성범죄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제 대답은 잘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잘 모르기 때문에 잘못을 저지르게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성범죄! 알고 조심해야 합니다. 알면 도움이 되는 성범죄에 대한 상식을 몇 가지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술은 마셨지만 서로 좋아서 함께 술을 마신 여성과 성관계를 했는데 나중에 성범죄로 수사를 받고 처벌받는 사례가 종종 있습니다. 가해남성은 동의하에 성관계를 했다는 호소를 해보지만, 준강간죄의 처벌을 피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준강간죄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상태인 상대방과 성관계를 한 경우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상대방이 술에 취한 경우가 대부분인데요. 사실 상대방이 술에 취해 심신상실상태가 되었는지 판단하기란 쉽지 않고 객관적인 증거가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경우에는 피해자의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준강간죄의 혐의를 벗기가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만취한 이성과의 성관계는 피하는 것이 좋고, 처음 만난 여성이라면 더더욱 그러할 것입니다. 진정한 사랑이 전제된 성관계가 가장 바람직하겠지요.

그냥 사진만 좀 찍었을 뿐인데요 길에서 모르는 여성을 휴대폰으로 찍었다면 죄가 될까요. 최근 뉴스를 통해서 많이 접한 이야기로 요즘 사람들은 대부분 죄가 된다고 대답할 것입니다. 그러나 타인의 신체를 촬영한 모든 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아닙니다. 촬영된 신체 부위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경우라야 하는 것입니다. 판단이 쉽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피해자의 옷차림, 노출 정도, 촬영자의 의도, 촬영에 이르게 된 경위, 촬영 장소·각도·거리, 촬영된 원판의 이미지, 특정 신체 부위의 부각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대판 2008도7007 판결). 이에 따르면 속옷, 가슴, 다리 등 특정 신체부위를 촬영한 경우에는 죄가 될 가능성이 크지만 전신사진의 경우에는 죄가 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만원 버스, 지하철에 등에서는 본의 아니게 신체접촉이 일어날 수 있고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으로 처벌받을 수도 있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일이기 때문에 중요한 문제입니다. 원 지하철에서 피해여성의 뒤에 서서 슬쩍 신체를 밀착시키는 행위를 한 경우가 대표적일 것입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인파에 밀려서 신체 접촉이 발생한 것이라면 처벌을 피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러 만원 상황을 이용해 신체접촉을 한 것이라면 죄가 되겠지요. 그러나 그 구분이 쉽지 않아 억울한 처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만원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늘 이러한 상황을 염두에 두고 손의 위치, 몸의 각도 등 불미스러운 신체접촉을 피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성범죄 전력이 있으면 취업할 수 없다고요 성범죄 전력자에 대해서 취업을 제하는 법률 규정이 있었습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56조①’은 성범죄로 형사처벌이나 치료감호 처분을 받은 경우에는 학교, 유치원, 어린이집, 학원, 병원 등에 취업을 금지한다고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위 조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인해 현재는 취업제한 적용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조만간 취업제한의 요건을 정비하여 법률을 개정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위와 같은 직업에 종사하거나 종사하고자 준비하는 분들은 이를 유념하여야 할 것입니다. 또한 법률에 의해 취업이 제한되는 경우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공무원이나 공공기관뿐만 더 나아가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입사 또는 승진시 범죄경력자료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성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으면 사실상 취업 또는 승진이 불가능하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