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 만에 좌천성 인사에다 감찰 조사받은 것으로 알려져

정승면(51) 대구지검 김천지청장이 30일 관사에서 번개탄을 피워 자살을 기도했다.

김천지청 등에 따르면 정 지청장은 이날 오전 번개탄에 나온 유독가스를 마셔 김천 제일병원 응급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오후에는 혈압이 안정되고 의식도 일부 돌아와 중환자실로 이송됐다.

정 지청장이 출근하지 않자 김천지청 직원이 아파트인 관사에 갔다가 그가 쓰러진 걸 보고 119구급대를 불러 병원으로 옮겼다.

아파트 한 주민은 "오전 9시 30분께 119구급대가 출동해 병원으로 싣고 갔다"고 말했다.

김천지청은 그가 왜 자살을 기도했는지 동기를 설명하지 않고 있다.

정 지청장 아파트 관사에는 번개탄을 피운 흔적이 남아 있고 쓰러진 방에서는 유서 쪽지가 발견됐다.

유서에는 '검찰총장님께 미안하다.

혼자 다 안고 가겠다.

검찰 명예를 더럽히지 않겠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고 한다.

최근 감찰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이 때문에 심적 고통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는 게 주변의 비공식적인 설명이다.

짧은 내용의 유서에는 가족에게 전하는 말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청 관계자, 병원 등에 따르면 정 지청장은 번개탄 유독가스를 마셔 처음에는 위험한 상태였으나 응급치료 이후에 큰 고비를 넘겼다는 것이다.

김천지청 한 관계자는 "지청장이 어젯밤 술을 많이 마셨다"고 말했다.

정 지청장을 잘 아는 한 법조인은 "그는 평소 술을 거의 마시지 못한다.

김천 지청장으로 부임한 뒤에도 술을 거의 마시지 않았다"고 했다.

따라서 그가 일부러 술을 많이 마시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병원 의료진은 "정 지청장은 몸 상태가 좋지 않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6일 자 인사에서 대구고검 검사로 발령 나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한다.

작년 8월 김천지청장으로 발령 나고 5개월 만에 좌천성 인사명령을 받았기 때문이다.

또 감찰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

대구 덕원고·고려대 법대 출신인 그는 2008년 3∼8월 청와대 민정2비서관실 행정관으로 파견근무를 한 바 있다.

이어 대전지검·대구지검 공안부장, 법무부 법무과장·법무심의관,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장, 부산지검 형사1부장 등을 역임했다.

검찰 일부에서는 이명박 정부 때 청와대에서 근무한 검사에게 인사 불이익을 주고 있다는 불만의 소리가 나온다고 한다.

정 지청장은 대구고검으로 발령 나 다음 달 2일 이임식을 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