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 "지자체 재량사업 따내면 브로커 40%, 의원이 10∼15% 먹어"
짜고 나눠 먹기…관행 빙자한 모럴해저드 전형

국민 혈세를 쌈짓돈처럼 쓴 전·현직 전북도의원 4명이 실형과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사실상 정치생명이 끝났다.
국민 혈세 쌈짓돈처럼 썼다가 정치생명 끝난 전북 지방의원들
전주지법 형사3단독 이배근 판사는 11일 재량사업비 예산을 편성해주고 브로커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뇌물수수·정치자금법 위반)로 기소된 최진호 전 전북도의원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천만원을 선고하고 2천만원을 추징했다.

제3자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강영수 전 도의원은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정진세 도의원은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2천만원, 추징금 1천만원을 각각 선고받았다.

앞서 자신이 운영하는 사업장 직원까지 끌어들여 뇌물을 받은 노석만 전 도의원은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전주지검은 지난해 9월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전·현직 전북도의원 4명과 전주시의원 2명, 브로커 등 21명을 재판에 넘겼다.

이 가운데 4명은 구속기소 됐다.

재량사업비란 지자체에서 지방의원 몫으로 일정 금액의 예산을 편성해 주민숙원사업 해결 등의 용도로 사용되는 예산이다.

의원들이 쌈짓돈처럼 쓸 수 있어 투명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선심성 사업이나 대가성 사용에 사용됐다.

전북도는 감사원으로부터 재량사업비 예산을 폐지하라는 지적을 받고 2012년부터 명목상으로는 폐지했지만, 관행은 이어졌다.

수사 결과는 비리에 오염된 풀뿌리 민주주의의 참담한 현실을 확인시켜줬다.

기소된 전·현직 지방의원들은 초·중·고교 교단환경 개선과 의료용 온열기 설치, 아파트 체육시설·태양광 가로등 설치, 지자체 운동기구 구매 등 각종 숙원사업을 해결해 준다는 명목으로 브로커와 결탁했다.

의원과 일면식도 없던 설치업자는 브로커를 통해 사업을 수주했다.

리베이트는 브로커를 통해 의원들에게 건네졌다.

주민에게 쓰여야 할 재량사업비는 '자금 세탁' 뒤 의원들 주머니로 들어갔다.

뒷돈을 대가로 사업을 몰아줬으니 예산편성과 집행의 투명성은 애초부터 거리가 멀었다.

노석만 전 도의원은 자신의 회사 계좌로 돈을 챙기면서 판매이익으로 가장하는 파렴치한 모습을 보였다.

일부 의원은 "재량사업비 리베이트는 지방의회의 오랜 관행으로, 원칙적으론 안 되지만 부정행위로 보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공직자로서의 양식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브로커 김모(55)씨는 "브로커는 수주액의 40%, 이 중 의원이 10∼15%가량 먹는다"고 진술했다.

지금껏 관행이라는 얘기다.

법원도 의원들의 모럴해저드를 지적했다.

이배근 판사는 전·현직 도의원 3명에 대해 선고하면서 "피고인들은 지역 실정을 가깝게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으며 자신들에게 부여된 예산 결의 및 집행 권한을 남용해 정치자금이나 뇌물을 받았다"며 "국민 세금이 낭비되고 결과적으론 민주주의와 지방자치제도 발전을 저해하고 공직사회의 청렴성을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