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재포럼 in 베트남 2017’ 마지막 날인 15일 응우옌투투이 베트남무역대 부총장(왼쪽)이 한국과 베트남의 인재교류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글로벌 인재포럼 in 베트남 2017’ 마지막 날인 15일 응우옌투투이 베트남무역대 부총장(왼쪽)이 한국과 베트남의 인재교류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열정은 세계 최고지만 제도 수준은 걸음마 단계다.” 모태펀드에서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을 총괄하는 김상수 법인장(싱가포르)이 내린 베트남 창업 생태계에 대한 진단이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들어가는 연간 투자액이 2억달러(약 2180억원)로 한국의 10분의 1에 불과하지만 1억 명에 가까운 인구와 높은 모바일 보급률 덕분에 창업 시장은 빠르게 성장 중이다. 베트남이 창업 인프라를 조성 중인 현 시점에서 양국 간 교류를 넓혀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급성장하는 벤처 생태계

‘글로벌 인재포럼 in 베트남 2017’ 둘째날인 15일, ‘4차 산업혁명 시대, 베트남의 미래’라는 주제로 특별 세션이 열렸다. 구글US 출신으로 베트남에서 빅데이터 기업을 창업한 부이쭝응옥 ICOMM 대표, 베트남에서 게임회사를 창업한 이용득 브이티씨(VTC)온라인 부사장, 찐민장 벤처경영컨설팅그룹 회장 등 현지 벤처업계의 ‘구루’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참석자들은 베트남 창업 시장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다. 이용득 부사장은 “게임회사에서 일하는 현지 인력의 수준은 한국 못지않게 우수하다”며 “베트남 대학생의 3분의 2 이상이 창업을 원할 만큼 열기가 뜨겁다”고 말했다. 연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7%에 육박할 정도로 경제 규모가 커지고 있는 데다 모바일에 친숙한 젊은 층이 많다는 점도 이상적인 조건이다.

2016년은 베트남에서 스타트업 번영의 전기를 마련한 한 해였다는 게 베트남 스타트업계의 평가다. 연간 1000만달러 남짓하던 스타트업 투자금이 2억달러로 뛰었다. ‘아이엔젤’이라는 스타트업 지원 기관도 처음 발족했다. 스타트업 육성에 필수적인 ‘인큐베이팅’, ‘멘토’라는 단어가 쓰인 것도 지난해부터였다. 해외에서의 자금 유치도 이어졌다. 국내 벤처캐피털(VC) 한국투자파트너스와 미래에셋벤처도 지난해 국내 벤처캐피털 최초로 베트남 게임 배급업체인 아포타에 600만달러(약 65억원)를 투자했다.

◆가능성만 보고 투자하는 중국 투자회사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해 새로운 경제 산업 분야 육성을 고민하던 베트남 정부가 최근 스타트업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도 고무적이다. 올해 벤처캐피털과 스타트업에 관한 법을 제정했고, 내년부터 시행키로 했다. 이와 관련, 김상수 법인장은 “모태펀드는 베트남 정부와 공동투자하는 방식으로 베트남 시장에 진출할 계획을 갖고 있다”며 “베트남 정부와 접촉 중”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스타트업 시장의 가능성에 가장 주목하고 있는 나라는 중국이다. 현재 활약 중인 벤처캐피털이 30여 개인데 이중 투자활동을 하는 곳은 대부분 중국계 투자회사다. 아포타 투자를 이끌었던 김민겸 미래에셋벤처 팀장은 “아직 베트남엔 벤처에 투자했다가 회수할 수 있는 통로가 활성화돼 있지 않기 때문에 한국 투자회사들은 실적이 증명된 곳을 골라 선별적으로 투자한다”며 “이에 비해 중국 금융회사들은 성장 가능성만 보고 초기에 자금을 넣기도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베트남 스타트업 시장의 성장과 관련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적 인프라나 제도가 아직 초기 단계다. 찐민장 회장은 “정부가 의지를 보이긴 했는데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정해진 게 없는 상황”이라며 “20여 년 전에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기 시작한 한국의 경험을 베트남 정부에 전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부이쭝응옥 대표도 “베트남 청년들이 정보기술(IT)이나 인공지능(AI), 빅데이터 관련 기술을 갖고는 있지만 사업적으로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식은 부족하다”며 “이를 보완해줄 수 있는 멘토의 존재가 스타트업 활성화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종범 NHN엔터테인먼트 싱가포르-태국 법인장은 “네이버나 카카오톡 등을 개발하면서 얻은 노하우만 공유하더라도 베트남 스타트업들은 앞으로 겪을 시행착오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

하노이 특별취재팀 박동휘 지식사회부 차장(팀장), 허란 국제부 기자, 이현진 지식사회부 기자, 이동훈 증권부 기자, 신경훈 영상정보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