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석의 뉴스 view] 기업 해외로 내모는 '노동시장 경직성'
많은 전문가가 미래 한국의 일자리 부족 문제를 걱정하고 있다. 정규직과 노동조합에 대한 과보호, 도산 직전까지 해고를 거의 불가능하게 만들어 놓은 노동 관련 법과 제도의 경직성 등이 해소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은 의도와 달리 정규직·유노조·대기업 근로자의 기득권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우려마저 자아내고 있다.

기업이 경기변동과 시장상황에 대응하려면 인력조정은 불가피한 측면이 강하다. 하지만 어떤 기업도 해고를 동반하는 선제적 인력 구조조정은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인력의 배치·전환도 노조와 협의 없이는 불가능하다. 초과·휴일근로에 대한 과도한 보상, 연례 파업에서 얻는 고액의 임금인상도 모두 정규직 근로자 몫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비정규직 문제를 풀겠다며 노동시장의 규제를 강화하고 비정규직을 한꺼번에 정규직화하겠다고 나서다 보니 노노갈등까지 불거지고 있다.

한국GM 창원공장에서 비정규직 근로자 자리에 정규직을 투입하자 비정규직 노조가 반발하는 것이나 인천공항공사 정규직 노조가 현재 추진되는 정규직화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은 모두 비슷한 양상이다.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도 ‘본사의 정규직 채용’을 주장하는 민주노총 소속 노조원과 선긋기에 나섰다. 제빵기사 전원이 본사 정규직이 되면 가맹점주들이 고용을 기피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비정규직 보호라는 정책목표를 달성하자면 정규직이나 강성노조에 대한 과보호를 걷어내 노동시장의 유연성(flexibility)을 높이되 사회안전망 확충 등으로 안정성(security)도 함께 강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유연성을 끌어올리려면 정규직 노조에만 이중삼중으로 혜택이 돌아가는 노동관계 법제를 개혁하고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등의 종합적이고 균형 잡힌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가 네덜란드 모델을 본떠 ‘유연안정성(flexicurity)’을 강조한 까닭이다. 기업 내부 유연성이 취약한 상황에서 △통상임금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등 노동비용을 급격하게 상승시키는 요인까지 겹치고 있다.

억대 연봉을 받는 일부 노조가 노동권 보호라는 장막 뒤에 숨어 연례 파업에 나선다는 점도 지적된다.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노동법상 매년 의무화돼 있는 임단협만이라도 3~4년에 한 번씩으로 바꿀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임단협을 매년 의무화한 노동법이 연례 파업을 부추기고, 해마다 연봉이 자동적으로 오르는 연봉제와 파업을 통한 임금인상이 맞물려 한국 자동차산업을 위기로 내몰고 있다는 것이다.

해외로 나갔던 기업이 되돌아오는 미국, 일본의 리쇼어링은 먼 나라 얘기로 들린다. 일자리가 위협받을 때 실업자로 먼저 나앉는 계층은 비정규직·무노조·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다.

최종석 노동전문위원 js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