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금융수장들 비위 혐의 사실로 드러나면 사임 불가피
금융당국 채용 비리 점검 결과도 주목…임기만료 교체도 진행돼


채용 비리로 촉발된 금융권 사정 정국이 최고경영자(CEO) 교체 바람으로 비화할 조짐이다.

이미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채용 비리 의혹에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검찰·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다음 차례가 또 나올지 금융권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에 더해 임기 만료로 후임자를 물색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 금융권 수장 비위 연루 혐의로 '좌불안석'

12일 금융계와 사법당국에 따르면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시민단체와 노동조합의 고발로 수사를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검은 투기자본감시센터가 고발한 윤 회장 횡령·배임 혐의를 들여다보고 있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7월 옛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을 비싸게 사들이는 과정에서 5천451억원 횡령·배임을 했다는 혐의로 윤 회장 등을 고발했다.

검찰은 석달 넘게 움직이지 않다가 지난달 31일 고발인 조사를 했다.

사흘 후인 이달 3일에는 경찰이 KB금융지주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KB금융 노동조합협의회가 고소한 여론조사 조작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서다.

노조는 윤 회장 연임 찬반을 묻는 설문조사에 사측이 조직적으로 개입해 조작했다고 보고 있다.

어느 하나 가볍지 않은 혐의여서 수사 결과 사실로 드러나면 후폭풍이 클 것으로 보인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과 함영주 하나은행장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얽힌 특혜 대출과 특혜 승진 의혹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김 회장과 함 은행장은 현재 검찰 수사 대상은 아니지만 검찰에 고발된 상태이다.

참여연대와 금융정의연대 등은 6월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 특혜 대출과 이상화 전 하나은행 본부장 특혜 승진과 관련해 은행법 위반 등 혐의로 김 회장과 함 행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하나금융 노조는 최근 금융감독원에 김 회장과 함 행장 제재도 요청했다.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금감원에 채용 청탁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25일 김 회장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청탁금지법 도입 전 일이어서 일단 혐의점은 두지 않고 있다.

청탁과 함께 대가가 오갔다면 뇌물죄가 적용될 수 있지만 아직 그런 정황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해도 청탁이 사실로 확인되면 금융권 수장으로서 도덕성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의 금융권 채용 전반 점검은 또 다른 '시한폭탄'이다.

금융당국은 이달 말까지 7개 금융 공공기관의 과거 5년간 채용업무 전반을 점검하는 데 이어 연말까지는 5개 금융 관련 공직 유관단체를 조사한다.

또 14개 국내 은행이 이달 말까지 채용시스템 전반을 자체 점검하도록 했다.

점검 결과에 따라 금융권 전반으로 CEO 교체 바람이 확산할 수 있다.

◇ 임기 만료 또는 공석으로 금융 수장 교체 잇달아

임기 만료로 CEO가 교체되는 곳도 많다.

손해보험협회는 이미 차기 협회장 선임을 마쳤다.

은행연합회는 회장추천위원회를 별도로 꾸리지 않고 이사회에서 이달 중순부터 세 차례 회의를 열어 후보자를 선정해 총회에 부의할 계획이다.

홍재형 전 부총리와 김창록 전 산업은행 총재, 윤용로 전 기업은행장,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 등이 회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생명보험협회는 현 회장 임기가 다음달 8일로 끝나지만 아직 회추위 구성을 위한 이사회 일정조차 잡지 못했다.

장관 출신 손보협회 회장과 격이 맞는 후보를 물색하기가 어려워서 차기 회장 선임 절차가 늦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 공공기관 중에서 주택금융공사가 17일까지 차기 사장 후보를 공개 모집한다.

민간 금융기관에서는 우리은행이 임원추천위원회를 열고 행장 선임 절차를 밟는다.

우리은행 이사회가 올해 안에 주주총회를 열고 행장을 결정한다는 계획이어서 임추위가 다음 달 초까지 차기 행장 후보를 정해야한다.

금융권에서는 현재 행장 업무를 대행하는 손태승 글로벌 부문 겸 글로벌그룹장과 이동건 전 영업지원그룹장, 김승규 전 우리금융지주 부사장, 박영빈 전 경남은행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농협금융지주는 이경섭 농협은행장이 올해 말 임기가 끝남에 따라 임기 종료 40일 전에 임추위를 열고 본격적인 선임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농협금융은 2012년 농협이 신경분리(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분리) 된 이후로 행장이 연임한 사례가 없다.

지주 부사장이 은행장으로 오던 전례를 고려하면 오병관 농협금융 부사장이 유력한 차기 행장 후보로 거론된다.

이창호 농협 부산지역본부장, 김형열 부행장, 박규희 부행장 이름도 언급된다.

서울보증보험은 사장 후보 공모를 마치고 심사를 하고 있다.

지난 6일까지 공모에 모두 9명이 지원했다.

금융당국 출신으로 금융감독위원회 기획행정실장을 지낸 정채웅 전 보험개발원장 등 2명이 있고, 나머지는 서울보증 전·현직 임원이거나 금융계 인사로 알려졌다.

현재로써 김상택 서울보증 전무가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삼성생명·화재·카드 등 삼성 금융 계열사 사장단 인사도 조만간 진행된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임원 인사가 마무리되면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 삼성화재 사장이 삼성생명 사장으로, 삼성자산운용 사장이 삼성증권 사장으로 옮겨갔다.

공직 유관단체로 한국증권금융이 차기 선임 절차를 시작한다.

정지원 전 사장이 증권거래소 이사장으로 옮기며 공석이 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