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전파적합성' 인증 여부 단속하는 수준…실효성 의문

전자기기로 남의 모습을 몰래 촬영하는 속칭 '몰카'(몰래카메라) 범죄가 사회 문제로까지 커졌으나 몰카용 기기를 규제할 법적 근거가 마땅치 않아 단속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과 중앙전파관리소는 지난 8일 각종 위장형 카메라 기기를 취급하는 전국 301개 업체를 상대로 합동 점검과 단속을 벌였다.

점검 대상은 볼펜·시계·차량 스마트키 등 형태를 띤 위장형 카메라나 각종 폐쇄회로(CC)TV를 제조·수입·유통하는 업체였다.

그러나 이들 기기에 대한 다른 규제 근거가 없어 경찰은 전파법상 적합성 인증을 받았는지만 확인하는 수준으로 점검을 진행해야 했다.

전파기술을 이용하는 전자기기는 다른 기기 작동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어 이런 우려를 해소했다는 인증을 받아야 제조·유통할 수 있다.

인증받은 기기는 KC마크와 함께 제품 식별부호에 인증 정보가 표시된다.

실제 오프라인에서 유통되는 기기는 대부분 적합성 평가를 받은 터라 당일 경찰에 단속된 사례는 7건에 불과했다.

압수물은 60여점이었다.

경찰은 전파 적합성 평가를 받지 않은 위장형 카메라 판매 사례 4건을 전파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적합성 인증 사실을 제품에 표시하지 않은 2건에는 과태료를 부과했다.

1건은 현장에서 계도하는 등 모두 7건을 단속했다.

경찰은 전파 적합성 평가를 받지 않은 불법 기기가 수입·제조·유통된 경로도 추적해 관련자가 파악되면 추가 입건할 방침이다.

인터넷 쇼핑몰 등 온라인에서도 불법 기기가 유통되는지 점검하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몰카 기기가 범죄에 쓰일 우려가 큰 것은 사실이지만 현실적으로 기기를 규제할 별도 근거가 없다"며 "다만 이와 관련한 사회 문제가 있는 만큼 제조자나 판매자들에게 경각심을 주는 차원의 단속"이라고 말했다.

정치권도 몰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듯 관련 입법을 추진 중이다.

국민의당 장병완 의원 등 12명은 이같은 몰카 기기의 제조·수입·판매·광고 등을 규제하는 내용을 담은 '변형카메라의 관리에 관한 법률안'을 지난달 발의했다.

법안에는 몰카 기기 제조·수입·판매·배포와 광고 허가제 도입, 취급 단계별 이력정보시스템 구축, 구매자 인적사항 기록, 무허가 취급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등 내용이 포함됐다.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pul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