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자치정핵협의회 발족…재정지원사업 단순화·'2월 새 학년' 추진
협의회 성격 놓고 1시간 넘게 난상토론…"실무 협의기구냐" 쓴소리도


정부가 교육감 재량으로 쓸 수 있는 보통교부금 비율을 늘리고 일선 교육청의 인사권을 강화하는 등 교육자치 활성화에 나선다.

초·중등교육법을 손질해 2월에도 새 학년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관련 법령도 정비한다.

교육부는 28일 서울 삼각산고등학교에서 전국 시·도 교육감 협의회와 함께 제1회 '교육자치정책협의회'를 열고 이런 내용을 중심으로 하는 교육자치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교육자치정책협의회는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 교육현장 관계자가 모여 학교 자율화와 관련된 안건을 심의·의결하는 기구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이재정 경기교육감이 공동의장을 맡고, 5개 시·도 교육감과 7명의 교사·교수·교원단체 관계자 등 14명이 참여한다.

교육부는 올해 이행할 3대 과제로 ▲ 재정지원사업 개편 ▲ 학사운영 자율성 강화 ▲ 교육청 조직·인사 자율성 확대를 정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특별교부금 비율도 전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4%에서 3%로 줄여 시·도 교육청의 예산권을 강화한다.

정부가 각 시·도 교육청에 내려보내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가운데 96%는 용처가 정해지지 않아 교육감 재량으로 쓸 수 있는 보통교부금이다.

나머지 4%가 국가시책사업이나 재해 등 특정 영역에 집행하도록 교육부 장관이 배정하는 특별교부금이다.

하지만 연 1조6천억원에 달하는 특별교부금은 배정 기준이 모호해 '장관 쌈짓돈'이라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1천여개에 달했던 세부사업을 5개 영역 19개 사업으로 개편하고, 개학 이후에도 수시로 교부하던 사업 예산을 교육청에 10월까지 교부한다.

이렇게 되면 교육청은 개학 전인 1월까지 각 학교에 예산을 배정할 수 있다.

조훈희 교육부 교육자치강화지원팀장은 "(교육부·교육청에서) 학교가 받는 공문이 연간 5천건인데 대부분 개별적으로 진행되던 국가시책사업 공문"이라며 "사업을 단순화하고 1∼2월에 행정업무를 한 뒤 3월에는 교육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사운영의 자율성도 강화한다.

매년 2월을 새 학기 준비 기간으로 쓸 수 있도록 교장 인사발령을 2월로 앞당기고, 새 학기 시작일도 3월 1일이 아니라 학교장 교육감 승인을 얻어 바꿀 수 있도록 한다.

현행 초·중등교육법은 학년을 '3월 1일부터 다음 해 2월 말일까지'로 정하고 있는데 이를 손질하겠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또, 교육청의 4급 이상 정원 승인권을 폐지하고 교육청 자체 평가제를 도입해 평가지표를 축소한다.

2018년부터는 교육부-교육청 간 권한 주체가 모호하거나 근거 없이 학교에 규제를 가하는 법령도 정비한다.

이날 첫 교육자치정책협의회는 교육감들 중심으로 명확한 '협의회 성격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강하게 나오면서 1시간 넘게 관련 논의를 진행하다가 준비된 안건 심의가 늦어졌다.

포문은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이 열었다.

김 교육감은 김 부총리 등의 모두발언 이후 안건상정 직전 발언기회를 얻은 뒤 상정을 가로막고 "협의회가 (정책의) 실무·기술적인 부분을 다루는 기구인지 교육자치의 본질과 발전방안을 논의하는 기구인지 명확하지 않다"면서 "성격 규정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육감은 교육부가 협의회 안건을 일방적으로 제시했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협의회 공동의장이지만 공동의장의 권한이 어디까지인지 명확하지 않다"면서 "협의회에서 모든 문제를 열어놓고 논의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후 각 교육감과 민간위원들의 협의회 성격에 대한 의견 개진이 이어졌다.

김상곤 부총리는 "교육자치와 학교민주주의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하던 것을 풀어내기 위한 노력을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다"면서 "교육을 학교현장 중심으로 바꾸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세종·서울연합뉴스) 고유선 이재영 기자 cindy@yna.co.kr, jylee2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