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법원의 유죄 확정판결에도 불구하고 하급심의 무죄 선고가 잇따르고 있다. 대법원이 유죄 결정을 내린 지 불과 한 달 만에 3건의 하급심 무죄 판결이 나왔다.

제주지법 형사3단독 신재환 판사는 현역입영 통지를 받고도 정해진 입영을 거부해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 김모씨(21)와 소모씨(21)에게 14일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 신 판사는 “피고인이 자신이 믿는 성서의 가르침에 따라 집총병역 의무를 거부하기 위해 입영하지 않은 사실, 피고인은 집총병역 의무를 거부하고 있지만 집총훈련 등을 전제로 하지 않는 대체복무제도가 시행되면 이를 이행할 의사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의 결정은 종교적 양심상의 명령에 따른 것으로서 자신의 절박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에 따른 양심의 결정이므로 피고인의 입영 거부는 양심적 병역 거부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지난달 15일 양심적 병역거부자 신모씨에게 징역 1년6개월형을 확정하는 등 병역 거부에 대해 올해 총 13건의 유죄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지난달 22일 청주지법에서 무죄 판결이 나온 데 이어 이날 제주에서도 무죄가 선고되는 등 하급심에서는 무죄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하급심 판결의 내용도 대법 판결문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부정하는 형식이라 논란과 혼란이 더 커지고 있다.

2004년 이후 종교적 병역거부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하급심 판결은 전국적으로 34건이며, 이 중 17건은 올해 나왔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