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수첩 통해 '박근혜 뇌물', 감사 결과 통해 국정농단 인물들 다시 수사
'정유라 수사' 이어가며 새 혐의도 추적…무르익는 재수사 본격화 분위기
안종범 추가수첩·감사원 감사…국정농단 재수사 명분 쌓인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 재수사의 방아쇠를 당길 명분이 검찰 안팎에서 하나둘 쌓여가고 있다.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송환돼 조사를 받는 가운데 검찰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 수첩을 추가로 확보했고, 감사원까지 문화체육관광부 감사를 벌여 김종 전 2차관을 수사의뢰해 재수사 분위기가 무르익는 형국이다.

여기에 검찰은 정유라씨를 조사하면서 새로운 혐의 추적에도 나선 상태다.

감사원은 지난해 국회에서 요구받은 문체부·산하기관 감사 결과를 13일 발표하면서, 김 전 차관이 최씨 조카 장시호씨 소유 업체를 부당 지원토록 했다며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의뢰했다고 밝혔다.

김 전 차관은 담당 공무원의 반대에도 2014년 11월 국제지구력승마연맹 교류포럼 행사 보조금으로 공익사업적립금 1억2천만원을 장씨 소유 업체에 지원케 한 혐의를 받는다.

이미 최순실·장시호씨와 공모해 삼성그룹을 압박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2천800만원을 지원하게 한 혐의(직권남용, 강요)로 재판에 넘겨진 김 전 차관을 상대로 검찰이 다시 수사에 나서는 것이다.

국정농단 사건 수사는 작년 가을부터 검찰 1기 특별수사본부, 박영수 특별검사팀, 2기 특수본이 바통을 이어받으며 사실상 종료된 상태다.

그러나 박영수 특검팀의 수사 기간 연장이 불발되고 뒤를 이은 2기 특수본도 선거에 끼칠 영향을 고려해 대선 전에 관련 수사를 신속히 정리하다 보니 수사에 미진한 부분이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렇다 보니 특검팀 수석 파견검사로 진두지휘했던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달 19일 부임한 이후로 검찰 안팎에서는 재수사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이 많았다.

문재인 대통령도 조국 민정수석 임명 직후 "지난번에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특검 수사가 기간 연장이 되지 못한 채 검찰 수사로 넘어간 부분을 국민이 걱정하고 그런 부분들이 검찰에서 좀 제대로 수사할 수 있도록 그렇게 하셨으면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특검법에 수사 대상으로 명시됐음에도 본격 수사에 들어가지 못한 의혹은 고리 3인방' 중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과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의 국정농단 관여 및 최순실 비호 여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위 의혹, 최순실씨의 불법 재산 형성과 국내외 은닉 의혹, 청와대의 야당 의원 불법 사찰과 최씨 개입 여부 등이 꼽힌다.

감사원이 수사의뢰한 김 전 차관의 혐의는 위 의혹들에 직접 연관돼 있지는 않다.

그러나 특별수사본부를 법원 재판에 대응하는 공소유지 기능 중심으로 축소·재편한 검찰이 다시 본격적인 수사 채비를 꾸릴 계기가 될 수 있다.

아울러 감사원은 문체부가 2015년 10월 22일과 지난해 1월 8일에 각각 대통령비서실로부터 재단법인 미르와 K스포츠 설립에 협조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법정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보완 조치를 하지 않은 채 설립을 허가했다고 지적했다.

양 재단을 통해 전국경제인연합회 소속 18개 그룹으로부터 774억원의 재단 설립 출연금을 받아낸 혐의를 받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뇌물수수 범행과 관련해 '출발점'인 재단의 태동부터 문제가 있음을 확인한 결과다.

감사원이 밝힌 감사 결과를 보면 국정농단 주요 관련자들의 모두 어떤 식으로든 연결돼 있다.

해당 인물은 최순실, 김종, 차은택, 안종범, 고영태, 정유라, 장시호 등 총 7명이다.

감사 결과를 검찰이 참고자료로 재수사에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최씨는 3개 사안(재단설립 업무 부당처리, 대통령순방 문화행사 대행업체 선정, 공익사업적립금 사업시행자 선정)과 연관이 있다.

안 전 수석은 GKL 휠체어펜싱팀 선수 채용 및 에이전트 계약과, 정유라씨는 승마국가대표 훈련 관리와 각각 연결된다.

감사원의 수사의뢰 외에도 최근 들어 검찰이 재수사에 나설 만한 실마리가 늘어나고 있다.

12일에는 검찰이 안종범 전 수석의 수첩 7권을 추가로 압수해 내용을 분석 중인 사실이 공개됐다.

이 수첩에는 앞서 특검팀과 검찰이 압수한 56권의 수첩에 빠진 기간의 업무 내용과 박 전 대통령 지시가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져, 박근혜-최순실 뇌물 사건의 새로운 단서가 확보될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지난달 31일 전격 귀국한 정유라씨도 재수사의 계기를 제공할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40년 지기'인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관계, 최씨의 국정농단을 오랫동안 옆에서 지켜본 장본인이라는 점에서 검찰이 단서를 확보해 수사 보폭을 넓힐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정씨의 독일 생활을 도운 보모와 마필관리사 등도 귀국 후 조사해 도피 행적과 삼성의 자금 지원 방법, 승마훈련 지원 내역 등을 중심으로 새 혐의를 추적 중이다.

이 밖에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심우정 부장검사)가 맡은 청와대의 보수단체 지원 의혹 사건(화이트리스트 사건)도 넓게 보면 국정농단 재수사가 이뤄질 때 큰 틀에서 함께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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