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순 '회고록'·문재인 후보 아들 취업 특혜 의혹 등 수사 주목
신속·공정 수사 방침…'무차별 폭로전 결과' 곱지않은 시선도

지난 두 달여 간 전국을 뜨겁게 달군 19대 대통령 선거전이 9일 대단원의 막을 내리면서 유세 과정에서 난무한 고소·고발 사건 처리는 고스란히 검찰의 숙제로 남았다.

검찰에 접수된 것 중에는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 '회고록' 파문, 문재인 민주당 대선후보 아들 준용 씨의 취업 의혹 등 선거운동 과정에 치열한 공방이 벌어진 주요 이슈도 포함돼 있어 수사 결과가 주목된다.

검찰은 공직선거법상 공소시효가 6개월에 불과한 점과 대선 이후에도 불필요한 논란이 지속할 가능성 등을 고려해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신속하고 공정하게 사건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이성규 부장검사)는 2007년 노무현 대통령 비서실장이던 문재인 후보가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기권 결정에 앞서 북한 의견을 묻는 데 관여했다고 주장한 '송민순 회고록' 관련 사건을 수사 중이다.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측은 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송 전 장관에 대한 고발장을 냈고,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 등은 문후보가 TV 토론에서 "사실과 다른 발언을 했다"며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한 상태다.

문 후보 아들 준용 씨의 '한국고용정보원 특혜 채용' 의혹과 관련해서도 여러 건의 고발장이 접수됐다.

민주당 측이 관련 의혹을 제기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관계자들을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각각 고발해 현재 서울지검 공안2부에 계류돼 있다.

네이버가 관련 기사 노출을 임의로 축소한 의혹이 있다며 자유한국당이 네이버 대표를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사건도 같은 부서에 배당됐다.

유세전 막판 파문을 부른 SBS의 세월호 인양 고의 지연 의혹 보도도 법적 다툼으로 비화해 검찰 수사를 통해 진위가 가려질 전망이다.

자유한국당이 보도에 인용된 해양수산부 7급 공무원과 김영석 해수부 장관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데 따른 것이다.

논평을 통해 해당 의혹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국민의당 손금주 수석대변인을 민주당 측이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한 건은 서울남부지검에서 수사 중이다.

서울지검 외에 지방 소재 검찰청도 선거 기간 밀려든 고소·고발 사건을 살펴보느라 분주하다.

장석현 인천 남동구청장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를 지지하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핵심 당원에게 발송한 혐의 등으로 고발된 사건은 인천지검이 수사중이다.

허위 여론조사 결과를 SNS에 유포하다가 적발된 홍 후보측 관계자·지지자 등 5명은 대구지검 서부지청이 수사하고 있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서 특정 후보를 위해 불법 선거운동을 한 충남지역 공무원과 특정 후보의 선거운동 성격 보도자료를 언론사 기자에 제공한 충주시 공무원이 고발된 건은 각각 대전지검 홍성지청, 청주지검에서 맡았다.

이밖에 제주지검은 홍 후보 측이 장애인시설 원생들을 유세 현장에 집단 동원했다는 의혹과 관련한 고발 사건을 접수한 상태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로선 19대 대선 관련 고소·고발 사건의 정확한 통계를 공개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대략 과거 대선과 비슷한 수준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12년 18대 대선 때는 368건, 2007년 17대에선 456건의 고소·고발이 접수됐다.

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된 피의자는 각각 739명, 1천432명이었다.

공직선거법 사건의 공소시효는 선거일로부터 6개월이다.

늦어도 11월 9일 이전에는 수사를 마무리하고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수북이 쌓인 고소·고발 사건을 처리하기에 충분한 시간은 아니다.

대선전이 종료된 만큼 사건의 경중과 시급성을 따져 본격적인 검찰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대선 후보들이 직접 연루된 주요 고발 사건의 경우 수사 결과에 따라 다시 한 번 정쟁의 중심에 놓일 공산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과거 대선 때와 마찬가지로 '통합·화합' 등을 명분으로 각 당에서 고소·고발을 취소하며 자체 봉합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다만, 주요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무더기 고소·고발전을 바라보는 법조계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철저한 검증·확인 작업이 배제된, '아니면 말고'식의 '흑색선전'이나 폭로전의 방증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정치권 신뢰 하락, 검찰 수사력 낭비, 국민 불신 심화 등을 해결하려면 선거 문화가 획기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이보배 기자 lu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