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학교운영 참여 논란] 학내 갈등 뒤엔 '7년째 강제동결 등록금'
대학 측과 학생의 갈등이 증폭되는 데는 악화하는 재정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7년째 정부가 강제로 등록금을 동결시키면서 대학들은 대거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각종 영리성 사업을 벌이면서 학생들과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재정 부실은 심각하다. 서울의 유명 여대조차 3년 내 적립금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수 있다고 우려할 정도다. 대학 재정지표는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다. 전국 154개 사립대의 단기 차입금 규모는 2014년 136억원에서 지난해 311억원으로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급전’이 필요한 대학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재무구조가 우수한 대학 숫자는 날이 갈수록 줄고 있다. 이화여대 등 ‘부자 대학’이라 불리는 곳조차 ‘곳간’이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부채비율이 ‘제로’인 대학은 2014년 21개였으나 작년 17개로 줄었다. 154개 전체 대학의 차기 회계연도 이월금 총액 역시 2014년 8936억원에서 지난해 6566억원으로 감소했다.

연세대 관계자는 “우리는 재단이 그나마 병원 등에서 수익을 많이 내 위태로운 상황은 아니지만 대학 경영만 놓고 보면 지난해 적자를 면치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대 관계자는 “고려대 같은 대형 대학도 긴급하게 돈이 필요할 때 쓸 수 있는 예비비 규모를 보면 깜짝 놀랄 것”이라고 했다. 지방대의 상황은 최악에 가깝다.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데다 대학 구조조정으로 정원 감축 압박까지 받고 있어서다. 작년 말 기준 부채비율 상위 30개 대학 중 25개가 지방대다.

사정이 이렇자 대학들은 정부 예산에 더욱 의존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정부가 이공계 강화를 명분으로 공대 정원을 늘리면 수십억원을 지원하겠다고 한 프라임(PRIME) 사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대학은 지원금을 받기 위해 인기 없는 인문계 학과를 폐지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학내 분쟁의 씨앗이 잉태됐다는 게 대학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서울대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기 위해선 대학이 기존에 없는 연구를 수행해야 하는데 국내에선 대학들이 정부에 의존적이다 보니 정부가 설정한 과제를 충실히 이행하는 데만 몰두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치권에선 반값 등록금 문제는 금기어가 돼 버렸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등 그 누구도 등록금 자율화에는 함구하고 있다. 안 후보는 오히려 대학 입학금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서울 주요대 총장은 “정부가 대학 재무에 일일이 간섭해 원가 계산을 하겠다는 식”이라고 비판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