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 남용 초법적 민정수석" vs "법 테두리내 정상 업무"


'최순실 국정농단'을 묵인·방조한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우병우(50·사법연수원 19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11일 법원에서 8시간 가까이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심사)을 받았다.

이날 영장심사는 서울중앙지법 권순호(47·26기)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7시간가량 진행됐다.

지난 2월 16일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의 7시간 30분, 지난달 3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8시간 40분에 이어 세 번째로 긴 영장심사로 기록됐다.

올 2월 21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우 전 수석에 대해 청구한 첫 구속영장 때의 5시간 20분보다도 1시간 40분가량 연장됐다.

영장심사는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먼저 영장 범죄사실의 요지와 함께 구속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우 전 수석측이 반박하는 순으로 진행됐다.

검찰과 우 전 수석측은 직무유기·직권남용 등 8개 범죄사실을 둘러싸고 일진일퇴의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심문이 장시간 지속하자 권 부장판사는 오후 1시 30분부터 1시간가량 휴정을 선언하기도 했다.

'특수통' 검사 출신인 우 전 수석은 권 부장판사가 주요 혐의에 대해 직접 소명을 요구하자 법률 지식을 동원해 결백을 호소하는 등 적극 대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우 전 수석 의혹 전담 수사팀장인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 이근수(46·28기) 부장검사를 투입하는 '배수진'을 치며 구속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했다.

수사팀은 현재의 국가적 위기 상황을 초래한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 우 전 수석의 책임론을 집중 부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정 업무를 총괄하는 민정수석의 직위에 있으면서 대통령 주변 인물에 대한 감찰을 소홀히 하고 오히려 '비선 실세' 최순실(61)씨의 각종 사익 추구 행태에 눈을 감는 등 직무유기 혐의가 명백하다고 수사팀은 판단한다.

특히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강제 모금 의혹 등이 불거지자 대책회의를 주도하며 진상을 은폐하려 한 것은 이번 사태에서 우 전 수석의 역할과 지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게 수사팀 시각이다.

여기에 청와대의 지시나 요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거나 '반기'를 든 문화체육관광부·공정거래위원회·외교부 등 공무원을 표적 감찰해 퇴출하는 등 권한을 남용해 '초법적 감시자'로 군림한 죄질도 무겁다고 본다.

수사팀 내부에선 우 전 수석 혐의를 뒷받침할 물증과 진술이 충분히 확보돼 있는 만큼 결과를 자신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에 반해 우 전 수석측은 법에 어긋남 없이 정상적으로 사정 업무를 수행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주어진 권한 내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합법적 통치 행위를 보좌한 것일 뿐 직무를 소홀히 하거나 권력을 남용한 바 없다는 입장이다.

최씨 비리와 관련한 어떤 보고도 받은 바 없고 최씨와 개인적인 친분도 없다는 기존 주장도 굽히지 않았다.

변호인측은 기초적인 범죄사실에서부터 다툼이 있는 만큼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불구속 수사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논리도 폈다.

이번 영장심사 결과는 결국 주요 범죄사실의 입증 수준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앞서 법원은 특검이 청구한 1차 영장에 대해 "범죄사실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로 기각한 바 있다.

권 부장판사는 이날 영장심사에서 오간 양측 주장과 검찰이 제출한 수사 기록 및 증거관계, 우 전 수석측 의견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구속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결과는 12일 새벽께 나올 가능성이 크다.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이보배 기자 lu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