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보다 2주나 당겨진 오는 14일 제6회 변호사시험(변시) 합격자 발표를 앞두고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들이 어수선하다. 합격률이 50% 초반대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힘들게 로스쿨을 졸업했지만 둘 중 한 명은 ‘변시 낭인’이 돼야 하는 처지다. 변시 합격에 목매다 보니 대학별로 특성화하겠다던 로스쿨 도입 초기 목표는 온데 간데 없어졌다.

◆합격률 하락에 ‘특성화’ 취지 바래

길 잃은 로스쿨…특성화는 꿈도 못꿔
이번 6회 변호사시험에는 역대 최대인 3110명이 응시했다. 하지만 합격률은 50% 초반대로 역대 최저일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앞서 법무부는 이전 시험 합격자 수와 합격률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1600~1650명 정도가 합격할 것이란 게 법조계의 관측이다. ‘반타작 변시’다.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5년 전 1회 때 87.3%에 달했지만, 작년에는 55.2%로 급락했다. 시험에 떨어진 이들은 변시 낭인을 벗어나는 게 급선무다. 시험 응시는 졸업 후 5년 이내에 다섯 번으로 제한된다. 1기 졸업생은 이번 6회 시험에 응시하지 못했고, 2기 졸업생은 다음번부터 시험 자격이 없어진다.

합격률이 내려가자 로스쿨들은 변시 합격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졸업과 함께 로펌 등에 채용된 경우도 시험에 떨어지면 취업 자체가 취소된다. 로스쿨생들도 입학과 동시에 변시 준비에 매진하고 있다. 합격률이 30%대로 추락한 일부 지방 로스쿨도 합격률 상승에 사활을 거는 분위기다. 설립 당시 명분인 ‘특성화’는 뒷순위로 밀리고 ‘변시 학원’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제 조세 문화 부동산 기업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변호사를 양성하겠다는 도입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인원 줄여야” vs “시장에 맡겨야”

‘변시 반타작’ 현상은 법조계의 이해관계가 반영된 결과물이다. 대한변호사협회는 합격률을 낮출 것을 주장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연 2000여명의 변호사가 진입해 시장이 포화됐다는 이유에서다. 배출 인원을 연 1000명 수준으로 줄일 것을 주문하고 있다. ‘변호사시험 관리위원회’를 통해 합격률을 조정하는 법무부도 변협과 보조를 맞추고 있다.

이에 대해 변호사업계가 진입장벽을 쌓고 젊은 법조인의 시장 진출을 막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로스쿨 관계자는 “시장 수요와 공급은 시장 자체에서 경쟁을 통해 조정될 일이지 정부가 나서서 규제할 게 아니다”고 비판했다. 로스쿨 도입 초기인 1~3기 졸업생이 변시 합격률 상승을 가장 반대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한 로스쿨 학생회장 출신 A씨는 “요즘 ‘로스쿨의 적은 로스쿨’이란 말이 나온다”며 “동업자 정신이 실종된 지 오래”라고 한탄했다.

변시 합격자들도 ‘취업 장벽’을 마주해야 한다. 로스쿨 졸업자의 취업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수도권 한 로스쿨을 졸업한 B씨는 “발표가 나기까지 취업도 안 돼 허송세월 중”이라고 했다.

이상엽/고윤상 기자 l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