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검찰에 소환되면서 내놓은 메시지는 딱 두 문장이었다. 취재진이 포토라인에 선 박 전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님, 검찰 수사가 불공정했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질문하자 이렇게 답했다. 박 전 대통령은 담담한 표정으로 29자의 짧은 입장만 밝히고 곧바로 조사실로 향했다. 지난 10일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 이후 11일 만에 내놓은 첫 대국민 육성 메시지였다.

당초 박 전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와 함께 본인의 억울한 심정을 담은 다소 긴 입장을 발표할 것이란 관측도 있었다. 12일 서울 삼성동 자택에 복귀한 직후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전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헌재의 파면 결정과 수사 내용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법조계는 피의자 신분으로 할 수 있는 지극히 원론적인 말이었다고 해석했다. 자택 복귀 때보다 낮은 자세를 유지한 것은 굳이 검찰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본인의 무고함을 일관되게 주장하는 박 전 대통령이 혐의 내용과 관련한 어떤 입장을 내놓더라도 정치적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며 “불필요한 비판 여론을 자초하지 않도록 상당히 심사숙고해서 모범답안 형태의 메시지를 고른 것 같다”고 전했다.

과거 검찰에 소환된 전직 대통령들도 두 문장짜리 짧은 입장을 내놨다. 2009년 4월30일 ‘박연차 게이트’와 관련한 조사를 받기 위해 대검찰청에 소환된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께 면목이 없습니다. 실망시켜 드려서 죄송합니다”고 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1995년 11월1일 대검찰청 포토라인에 서서 “정말 미안합니다.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습니다”고 말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